[오늘과 내일/김현수]트럼프 관세에 美 테슬라 울고, 中 BYD는 웃는 이유

1 week ago 2

김현수 경제부장

김현수 경제부장
요즘 서학개미들은 속이 끓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올린다” 한마디면 오르던 주가도 와르르 무너진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 1위 테슬라, 2위 엔비디아가 유독 폭락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부쩍 확산되는 테슬라 불매운동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美와 우방국 분업 체계 흔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특히 테슬라, 엔비디아 등 M7(매그니피센트 7)’ 주가를 뒤흔드는 것은 관세가 미국 경제를 결코 ‘위대하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치명적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반영한다. 미 빅테크 7개 기업을 일컫는 M7은 미국 ‘나 홀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테슬라는 28.3%, 엔비디아는 16.1% 주가가 떨어졌고, 미 소비심리도 약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빅테크가 흔들리면 한국과 대만, 일본 증시도 덜컹거린다. 서로 긴밀한 분업 체계 속에 있어 서로에 대한 관세나 시장 침체가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팀 엔비디아’에 탑승한 SK하이닉스나 TSMC 주가가 지난주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자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이후 특히 테크 산업은 미국이 기술 혁신을 이끌면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를 만들고, 중국에서 완성품을 조립한 뒤 세계 시장에 파는 분업 체계로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자 중국을 배제하는 ‘친구끼리’의 분업 체계로 방향이 바뀌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각국을 압박하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칩 4’ 동맹을 강화했다. 대만 TSMC도, 한국 삼성전자도 모두 중국 시장 타격을 일부 감내해야 했지만 안보 협력 속 분업 체계에 힘을 보탠 것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ASML도 마찬가지로 중국 수출을 희생하고 미국과 한배를 탔다. 단순히 무역 적자로 따지기 어려운 안보-경제 공동운명체를 다진 셈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분업 체계’를 미국 땅에 들여와야 한다며 한배를 탔던 친구에게도 관세전쟁을 걸어 오고 있다. 북미 자동차 공동 생산망을 구축했던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관세전쟁을 시작한 것이 매우 상징적인 장면인 이유다. ‘관세 협박’만으로도 공급망에 불확실성의 상흔을 남긴다.

게다가 미중 관세전쟁이 커지면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추가로 잃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테슬라 매출에서 중국 시장 비중은 약 20%, 엔비디아는 13% 수준에 달한다.
美가 때릴수록 中 반도체 자립 딜레마

중국은 어떨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지난달 10%, 3월에 추가 10% 관세를 맞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테크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 몸값은 올라가는 중이다. 그간 자국 중심의 테크 분업 체계 구축에 절박하게 매달려 왔기에 비교적 관세전에서 선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전기차 BYD만 봐도 내수 시장에 주로 의존하고 미국 수출 물량이 미미하다. 자율주행 기술 기대까지 얹어 올 들어 30%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AI 딥시크가 중국 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를 촉발한 덕도 봤다.

미국이 규제로 때릴수록 중국의 반도체 개발에 불이 붙는 딜레마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웨이 칩이 중국의 엔비디아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 규제가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혁신 동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미중 패권전이라는 흐름 속에 우방국 중심의 분업 체계에 올인해 왔던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2기발 새로운 세계질서의 변화가 낯설다. 단순한 통상전쟁을 넘어 중국의 반도체 공세,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등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위기가 절박한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내부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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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경제부장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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