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재영]‘주식 돈복사’해도 ‘세금 제로’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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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논설위원

김재영 논설위원
“코스피 5,000, 한번 가봅시다.” 같은 말이라도 언제,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천지 차이다. 1년 전 이재명 대통령이 얘기했을 땐 한국 증시가 언젠간 꼭 도달하고 싶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파업을 무기 삼아 이 말을 꺼냈을 땐 시장을 파멸로 몰고 가려는 저주처럼 들렸다. 1년 새 급변한 ‘코스피 5,000’에 대한 평가는 한국 자본시장의 체급과 주가의 하단이 그만큼 올라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이른바 ‘돈복사’ 수준으로 자산을 불린 이들도 부쩍 늘었다. 한국 증시가 고질적인 저평가와 ‘박스피’의 굴레를 벗고 비상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껄끄러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식으로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구조는 정당한가. 금융투자소득세 재도입 논의가 다시 불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까지 ‘시기상조’ 타령할 건지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 5000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돼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거센 반발에 밀려 시행을 2년 뒤로 미뤘고, 2024년 말엔 여야 합의로 아예 폐지됐다. 2010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3.3%에 불과한데 무슨 세금이냐는 불만, 큰손들이 이탈해 한국 증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컸다. 코스피가 4,000을 넘으면 논의하자는 타협론도 나왔다. 이제 한국 증시는 기준선을 훌쩍 넘었고, 세금보다 선결돼야 할 과제라던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도 이뤄졌다. 세금을 미룰 핑곗거리는 사라졌다.

정부는 아직 유보적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시장 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시점에 검토할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점순이의 키가 덜 자랐다며 성례를 미루는 장인의 논리다. 설령 코스피가 10,000을 찍더라도 “아직 저평가돼 있다”거나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주장은 나올 것이다. 무작정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이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선진지수’ 편입 시 도입 고려할 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고민해 볼 만하다. 한국 시장이 ‘선진 시장’으로 인정받으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을 중심으로 약 300억 달러의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된다. 정부는 당장 이달 관찰 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에 기대를 걸고 있고, 이르면 내년 정식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진 지수에 포함된 국가 대부분은 이미 자본이득에 대한 촘촘한 과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 국제사회로부터 보증을 받는 시점을 금투세 과세의 원년으로 하겠다고 한다면 투자자들에게도 충분한 명분과 준비 기간을 줄 수 있다.

물론 과거 금투세 법안을 그대로 부활시키자는 뜻은 아니다. 당시에도 바로 시행하기엔 디테일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가상자산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군과의 과세 형평성을 정교하게 맞춰야 하고, 단기 투기를 억제하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세금을 걷겠다는 일차원적 접근을 넘어 자본시장 과세체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물론 세금 내는 것을 반길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로소득, 사업소득엔 칼같이 세금을 거두면서 자본소득에만 예외를 두는 것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 1400만 개미 투자자의 눈치만 보면서 조세 정의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진짜 선진 증시로 가기 위한 공정한 과세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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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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