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때 미군의 후방 기지였던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에선 매년 2월 15일 특별한 의식이 거행된다. 원주민 남성들이 낡은 미군 군복이나 ‘USA’가 큼지막이 적힌 옷을 입고 대나무로 만든 가짜 총을 메고서 성조기를 들고 엄숙하게 걷는다. 일명 화물 숭배(Cargo Cult) 종교로, 전쟁 당시 미군이 수송기로 실어 날랐던 벼락 같은 풍요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원주민들이 그때의 미군 모습을 흉내 내면 다시 화물이 쏟아지리라는 믿음으로 이런 의식을 매년 치르는 것이다. 미군 기지가 있었던 남태평양 멜라네시아 권역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성조기를 성스럽게 다룬다는데, 유독 바누아투에서 2월 15일을 특별히 여기는 이유는 물자를 쫙쫙 뿌려주던 존 프롬(John Frum)이라는 신비로운 미국 남자(미군 수송 담당자였을 수 있다)가 이날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했다는 설화에 기반한다.
대한민국 현대사에도 ‘존 프롬’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국인이라면 못 잊을 이름이다. 원자폭탄 투하를 승인했던 트루먼 대통령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즉시 UN 안보리를 소집해 미군의 참전을 결정했고, 맥아더 장군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쟁의 흐름을 뒤바꿨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휴전 협정과 더불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안보 동맹의 기틀을 놨고, 경제 원조도 아끼지 않아 ‘한강의 기적’ 발판을 만들어줬다.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 가난한 캔디를 아낌없이 도와주는, 훤칠한 재벌 테리우스 아저씨가 지금껏 우리가 알던 미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