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중얼거리려고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1921∼1984)
세상에는 3월이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학생에게는 1월보다 3월이 더 중요하다. 이때가 진짜 시작이다. 선생님에게도 3월이 더 특별하다. 바짝 긴장하면서 3월을 맞이한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과 겨울이 지겨웠던 사람에게도 3월이 중요하다. 이제 봄 냄새가 날 것이다. 덜 춥고, 더 따뜻할 것이다. 이럴 때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이 3월의 것이라면, 나는 3월을 추앙하겠다. 요즘은 잘 살 마음보다 ‘낙오하지 말아야지’의 마음들로 산다. 두려움이 성에처럼 끼어 있는 마음은 저도 모르게 봄날의 햇살을 기다리는 법이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돕자. 봄처럼 따뜻한 시를 읽으면서 함께 봄을 기다리자.
어부가 작은 배를 달래가며 풍랑을 넘어가는 게 우리 인생이다. 보잘것없을까. 멀리서 보니 하루하루를 견딘 투지가 꽤 장엄하다. 시인은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버텨온 나날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인 도장 같다. 지금까지 나는 ‘살아온 기적’을 만들었구나. 이 깨달음 속에서 살 힘을 얻는다. 시를 타고, 우리의 봄이 왔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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