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오토바이를 수입하는 회사에 취직했는데 그 회사에는 자전거 사업부가 따로 있었어요. 사이클동호회도 있었죠. 제가 MTB를 탔다고 하니 선배들이 ‘이제 로드사이클로 바꿔서 타 봐라’고 했고, 그때부터 쭉 사이클을 타고 있어요.”
MTB가 임도를 달리거나, 산속의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며 스릴을 만끽한다면 사이클은 도로에서 속도감을 즐긴다. 이 씨는 “MTB도 좋지만 사이클이 내 적성에 맞았다”고 했다. 주로 주말에 탔고, 집(인천 부평구)에서 회사(서울 서초구)까지 출퇴근할 때 타기도 했다. 편도 약 50km 거리를 주 2∼3회 정도 사이클로 출퇴근했다. 그는 “집에서 굴포천을 따라 아라뱃길로 나가 한강을 타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km 종주에도 도전했다.
“회사가 서울-부산 장거리 라이딩 행사를 마련해서 참여하게 됐죠. 하루 300km와 200km 달리는 행사였죠. 솔직히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종주하고 나서는 날아갈 듯 기뻤죠. 그래도 너무 힘들어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4번 도전해 2번 성공했어요.”4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들과 사업을 시작했다. 친구 장인이 생산하는 액젓을 새롭게 브랜딩해서 파는 사업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성과는 좋았다. 집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으로 옮겼고,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울 업힐(오르막) 라이딩 명소인 남산과 북악스카이웨이를 올랐다.
“출발점을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남산은 오르막이 약 2km, 북악스카이웨이는 2.6km 정도 됩니다. 사이클을 타고 올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거리를 쉬지 않고 오르기는 쉽지 않아요.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다리 근육도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죠. 중간에 멈추고 싶다는 숱한 유혹이 찾아옵니다. 그것을 참고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남산을 오르는 그 순간 머릿속엔 다른 어떤 생각도 없어요. 오직 멈추지 않고 오르겠다는 생각만 있죠. 그렇게 오르면 온갖 스트레스는 딴 세상에 가 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친구들과 함께하던 사업에서도 떨어져 나왔다. 그는 “솔직히 매일 똑같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을 벗어나고자 회사를 그만뒀는데, 결국 똑같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자신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사이클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이클 명소 남산에 ‘카페 유어 페이스’란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이클을 타거나, 달리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차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뭐 돈을 벌겠다면 다른 일을 해야겠죠. 제가 좋아하는 사이클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 혼자, 혹은 단체로 오는 분들이 차 한잔 마시며 쉬어 가는 곳입니다. 혼자 오신 분들에겐 제가 일부러 질문을 많이 해요. 사이클 얘기도 하고,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세상에 참 재밌게 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이 씨는 한때 너무 바빠서 사이클 탈 시간이 없어 짬을 내 달리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무릎에 통증이 와서 그만뒀다. 그는 “사이클은 아무리 타도 무릎에 이상이 없었다. 평생 스포츠를 꼽자면 사이클 타기가 최고”라며 웃었다.
날씨가 좋으면 출퇴근을 사이클로 한다. 중랑천을 따라 한강을 달린다. 한남 나들목으로 나와 국립극장 앞으로 해서 남산을 오른다. 국립극장 바로 위가 실질적인 남산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본격적인 업힐 라이딩을 시작한다. 출근할 땐 한 번 오르지만 2∼4차례 오를 때도 있다. 지난해부터 사이클동호회 뚜낭(뚜르드낭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사내 동호회가 아닌 일반 동호회 활동은 처음이었다.
“죽기 살기로 사이클을 타는 게 아니라 경치를 감상하며 좋은 곳까지 가서 맛난 것도 먹고, 수다도 떨고 오는 동호회입니다. 사이클은 단순한 운동 도구가 아닙니다. 사이클 하나로 운동과 여행, 맛집 탐방을 한번에 할 수 있죠. 너무 좋지 않나요?”
양종구의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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