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투자자들이 채팅이 그렇게 대단한 사업거리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창업할 때만 해도 채팅은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부가 기능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어서 이런 편견을 넘어서는 게 가장 큰 과제였죠.”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사진)는 6일 창업 초기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센드버드는 기업용 채팅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다. 기업들은 센드버드의 채팅 플랫폼을 통해 고객의 실시간 문의에 대응할 수 있다. 2013년 창업 이후 꾸준히 성장해 최근에는 고객 상담을 돕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까지 개발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현재 매월 7억 건이 넘는 전 세계 대화를 처리한다. 미국 도어대시와 야후, 일본 라쿠텐 등 6500곳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센드버드를 사용 중이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고, 한국 오피스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허브로 운영된다. 창업 멤버인 이상희 센드버드코리아 대표가 한국 오피스를 총괄하고 있다.
센드버드는 대한민국 열두 번째이자 첫 B2B(기업 간 거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오른 기업이다. 이런 센드버드도 초창기에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채팅을 메인 비즈니스로 본 투자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KB금융의 핀테크랩 KB이노베이션허브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센드버드는 2016년 KB이노베이션허브의 KB스타터스로 선정됐고 이후 국민은행 ‘리브똑똑’, KB국민카드 ‘리브메이트’ 등에 채팅 솔루션을 공급하며 금융권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특히 대화형 뱅킹 플랫폼 리브똑똑이 창구에서 행원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고객의 호평을 받았고, 솔루션을 제공한 센드버드에도 이목이 쏠렸다. KB스타터스는 2015년 3월 출범 이후 센드버드를 비롯해 총 394개사에 누적 2544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금융권 레퍼런스가 없어 어려움을 겪던 중 KB와의 협업이 돌파구가 됐다”며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센드버드는 단순 채팅 기능을 넘어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AI 상담 비서를 공급해 전체 고객 문의의 40%를 자동 처리하며 상담 속도와 효율을 크게 높였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단순 답변을 넘어 사람처럼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센드버드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 고객 문의와 영업 사례의 90% 이상이 이 두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도입 단계인 한국과 달리 북미와 유럽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실제 운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센드버드는 전 세계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는 디지털 고객경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