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이 없는데도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밤낮으로 한 사람만 생각하며 불안해 한다. 심지어 그녀나 그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고 싶어 한다. 이런 감정은 좋게 말하면 짝사랑이지만, 요즘 관점에서 보면 스토커의 특징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런 ‘짝사랑’의 주체는 부모다. 자녀가 대학생이 되면 양육의 짐을 좀 내려놓을 줄 알았는데…. 오죽하면 이런 책이 나왔다. <50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
독립성을 강조하는 미국에서 저런 책이 출간됐다니 ‘피터팬 증후군’은 전 세계적 현상인 것 같다. 원제목은 ‘You and Your Adult Child’(당신과 성인 자녀)니까 한국어판 제목을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왜 이렇게 자녀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을까? 자녀와의 관계는 보통의 인간관계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전혀 다른 단계로 ‘변태’한다. 어린 시절, 청소년기, 그리고 스무 살 이후 성인 자녀. 성장 단계마다 보여주는 모습이 다른데 부모는 그때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배우지를 못했다.
“부모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큼 자식은 부모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1장 변화하는 부모 역할 중에서)
자녀 입장에서는 ‘왜 저런 뻔한 말도 모르지?’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며칠 뒤 만날 내 친구와 두 손을 붙잡고 저 문장을 세 번 읽을 예정이다. 아이일 때는 “외투 입어라”라고 챙기고, 청소년기에는 “공부해라”라고 잔소리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겠다는 성인 자녀에겐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뇌과학에 따르면 25세까지는 주변 환경과 친구들, 충동에 여전히 휘둘린다. 밤낮이 바뀐 생활,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게임이나 음주 등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생활 습관들이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요즘 세대는 학업과 취업 준비 활동도 길어졌다.
오늘날 대학생 또는 취업준비생 자녀들은 행동은 자기 뜻대로 하려 들지만, 실제 생활이나 경제적인 면은 부모의 지원에서 독립하기가 어렵다. 생활 지원이란 게 식사 준비와 청소 따위지만 누군가 하던 사람은 계속해야만 살림이 돌아간다. 챙겨주다가도 어느 날 한 번은 화가 치미는 게 사람이다.
부모가 보기엔 성인 자녀가 철없어 보여도 중·고교생 때처럼 일일이 잔소리로 챙겨서는 자녀의 자립을 늦춘다고 저자 로런스 스타인버그 템플대 심리학과 교수는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규칙이 필요하다.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성인들끼리의 배려다. 늦은 귀가 미리 알리기, 주말에 식사와 청소 당번 정하기, 잘 안될 때는 대화로 조정한다. 더 나아가 부모의 경제 상황을 알려주고 지원 플랜과 한계를 공유하면 더욱 좋다. ‘나이 들면 하겠지’(교육 부족)나 ‘말해야 통하나’(포기)로는 문제의 압력만 커진다.
“오늘날 자녀가 성인이 돼가는 과정은 더 길어지고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당신 자녀의 궤적이 오늘날의 표준이다. 재정적인 면이나 다른 면에서 당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의 상황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5장. 경제적 지원 중에서)
세상엔 위험한 일도 많고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헤쳐 나가기 힘든 일이 많다. 그럴수록 부모는 자녀들에게 자제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선물해야 할 것이다. ‘욱’할 때마다 성인 자녀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헬리콥터 부모, 잔디깎이 부모가 아니라 거리를 두고 응원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부모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