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야 김 바스트의 미국시장 분투기] AI 시대에 요구되는 균형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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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18 17:09 수정2025.07.18 17:09 지면A21

[실야 김 바스트의 미국시장 분투기] AI 시대에 요구되는 균형감각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판매하는 리테일산업에서 고객 응대 영역에 챗봇과 상담 자동화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빠른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덕분이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한국 스타트업에는 단순한 시간·인력 비용 절감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그간 겪은 고객 응대의 어려움을 AI가 상당 부분 해소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안경 브랜드인 브리즘에서도 고객의 얼굴형과 치수를 분석해 안경 스타일을 제안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온라인 상담뿐 아니라 대면 응대와 사후서비스 영역에도 AI 기능 확대 적용을 준비 중이다.

AI에 고객 응대 맡겼다가 '망신'

브리즘 뉴욕 매장에서 상담 중인 방문객. /콥틱 제공

브리즘 뉴욕 매장에서 상담 중인 방문객. /콥틱 제공

고객 서비스에 AI 기술을 성급히 도입했다가 후퇴한 사례도 적지 않다. 스웨덴 핀테크기업 클라르나는 지난해 수백 명의 고객 응대 인력을 AI로 대체했다가 지난 5월 중순 다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품질 저하로 인한 고객 불만과 브랜드 신뢰 훼손이 원인이었다. 맥도날드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AI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아이스크림에 베이컨을 추가하거나 고객 한 명에게 치킨너깃 수백 개를 내보내는 등의 오류로 지난해 이 시스템 사용 중단 결정을 내렸다. 에어캐나다는 AI 챗봇이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환불 규정을 안내했다. 고객에게 실제 환불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해외 시장에 막 진입한 기업이라면 고객 응대를 통한 첫인상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초기 고객이 재구매하고 지인에게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업계 평균을 뛰어넘는 섬세한 서비스가 필수다. 아직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는 기대를 뛰어넘는 정성과 빠른 대응이 브랜드에 대한 감동으로 이어지고, 그 감동이 충성 고객 확보와 자연스러운 입소문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환불 등 민감 사안 직접 나서야

반대로 이 시점에서 부적절한 응대가 이뤄지면 고객은 브랜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미국 소비자는 자신이 받은 응대가 부당하다고 느낄 때 변호사와 상담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실용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소액청구 제도도 한국보다 활성화돼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불만이 심각한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아직 브랜드 입지가 약한 스타트업이 미국에 진출하면 이 같은 문화 차이에 당황하거나 위축될 수 있다. 고객 응대는 단순한 운영 효율이 아니라 신뢰와 리스크 관리의 핵심 접점임을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AI는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여전히 브랜드를 대표해 최종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건 사람이다. 현재 가장 권장하는 방식은 ‘사람이 개입된 AI’다. HITL(Human-in-the-loop) 구조라고도 한다. AI가 잠재 고객을 응대하고 제품·서비스를 소개하는 단계까지는 관여하되 불만 응대와 환불 상담 등 복잡하고 민감한 사후서비스는 반드시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 고객을 감동하게 하는 응대는 사람의 몫임을 기억해야 한다.

콥틱(브리즘) 최고사업개발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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