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물 자원 둘러싼 국제 갈등… 국가 간 수심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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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 20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 시달려
메콩강-나일강 등 국제하천 놓고, 상류-하류 국가 간에 분쟁 잇따라
한국도 물 자원 안심할 수준 아냐… 낙동강-용담댐 등 지자체 갈등도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바라본 메콩강. 메콩강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걸쳐 흐르는 대표적인 국제하천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바라본 메콩강. 메콩강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걸쳐 흐르는 대표적인 국제하천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매년 3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각 국가는 세계 물의 날을 통해 물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물 자원 보호 등을 위한 국제적 협력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세계적으로 물 자원은 매우 부족합니다. 20억 명 이상의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 자원을 둘러싼 여러 갈등이 발생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국제하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제하천은 두 개 이상의 국가에 걸쳐 흐르는 하천으로, 공유하는 물 자원을 두고 국가 간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국제하천의 물 자원을 둘러싼 여러 갈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메콩강의 댐 건설과 인도차이나반도의 갈등

중국에서 발원해 인도차이나반도를 지나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국제하천 메콩강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터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원지인 중국은 메콩강의 상류에 십수 년째 많은 댐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인구 대비 물 자원이 부족한 국가입니다. 또 수력발전이 국가 전력 생산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물 자원의 활용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메콩강의 물 자원을 적극적으로 차지하고자 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댐 건설로 하류의 국가들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메콩강 물의 흐름은 댐으로 가로막혀 어족자원이 줄어들고 있고, 하천을 통한 비옥한 퇴적물 역시 댐으로 가로막혀 벼농사에도 지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콩강의 가장 하류에 있는 베트남은 큰 피해를 겪고 있으며, 특유의 반중 정서까지 더해져 중국의 댐 건설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북아프리카 패권 분쟁, 나일강 갈등

세계에서 가장 긴 하천인 나일강은 아프리카 중부의 빅토리아 호수에서 유입되는 백나일강과 에티오피아에서 유입되는 청나일강이 수단에서 합류해 이집트를 통해 지중해로 흘러갑니다. 특히 이집트는 농업 수출품의 60%가 나일강의 물 자원을 이용해 생산한 면화(목화)입니다. 그만큼 이집트는 나일강 의존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그런데 2011년부터 청나일강 최상류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건설을 시작하며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간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인구의 약 44%만이 전기를 사용할 정도로 전기가 부족한 국가입니다. 그렇다 보니 댐을 통한 수력발전으로 전력난을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의 댐 건설을 적극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물 자원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댐은 완공됐고, 양국의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해당 문제는 물 자원 확보 문제를 뛰어넘어 그동안 이집트를 중심으로 구축돼 온 북아프리카 지역의 패권을 다투는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 동유럽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의 오염 문제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발원해 흑해로 흘러가는 국제하천입니다. 동유럽을 관통해 흐릅니다. 국가의 밀도가 높은 유럽인 만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 총 10개 국가가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몰려 있습니다. 다뉴브강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질 오염입니다. 상류 국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다뉴브강을 따라 하류로 흘러가며 수많은 국가에 연쇄적인 피해를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에는 루마니아의 폐광에서 유출된 독극물인 사이안화물이 다뉴브강으로 유입돼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하류 국가의 식수가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010년에는 헝가리의 알루미늄 공장에서 붉은색의 독성 물질인 적니가 대량 유입됐습니다. 당시 붉게 물든 다뉴브강의 모습은 하류 국가의 주민들에게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다뉴브강의 오염물질이 최종적으로 모이는 바다인 흑해는 구조상 폐쇄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유입된 오염물질이 축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흑해에 접한 튀르키예, 러시아 등도 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 우리에게도 나타나는 물 자원 갈등

한국은 유엔에서 발표한 물 긴장(Water Stress) 국가입니다. 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물 자원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란 의미입니다. 특히 한국은 여름철 강수 집중도가 높아 겨울과 봄철에는 가뭄을 자주 겪게 됩니다. 또한 하천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도 존재합니다. 낙동강 중류의 경북 구미와 대구의 산업단지에서 방류된 폐수가 하류인 부산 및 경남 지역 주민들의 식수를 위협한 사건이나, 전북과 충남 사이의 물 자원을 두고 발생한 용담댐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갈등은 인간에게 물이 필수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최장 3주를 굶어도 생존할 수 있지만 3일만 물을 마시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물은 생명이다’라는 구호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우리는 물 자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지속 가능한 물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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