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화물에 부과되는 관세, 섬 지나는 통행료에서 유래

1 week ago 6

스페인 최남단 항구도시 ‘타리파’… 과거 지나다니는 상인에 요금 부과
현재는 세계무역기구 규정 따라야… 자유무역협정 땐 관세 감면 가능
최근 美 보호무역으로 갈등 커져

지난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가운데 경기 평택항에 선적 대기 중인 수출용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동아일보DB

지난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가운데 경기 평택항에 선적 대기 중인 수출용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동아일보DB
세금을 영어로 하면 일반적으로 ‘tax’ 또는 ‘duty’라고 합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관세’는 ‘tariff’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tariff’는 이슬람 문명권에서 유래된 단어로, ‘정해진 목록’을 의미합니다. 즉, 특정 품목에 대해 미리 정해진 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 단어가 탄생한 배경에는 중요한 역사적 장소가 있습니다. 이를 쉽게 설명한 2023년 계간 관세사지 가을호에 실린 ‘해적과 관세’(김재석 관세사) 일부를 인용해 이해를 돕겠습니다. “관세를 의미하는 Tariff는 ‘Tarifa’란 지명에서 유래된 말이다. Tarifa는 스페인 최남단 항구도시로 지브롤터해협을 두고 맨눈으로도 아프리카 대륙이 보이는 곳이다.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유럽의 땅끝마을로 불리지만 원래는 섬이었다. 섬 이름 Tarifa가 관세를 뜻하는 Tariff로 된 데에는 무슬림의 이베리아반도 정복 역사와 지중해의 무어인 해적과 관련이 깊다. 서기 711년 무슬림 장군 타리프 이븐 말리크는 군대를 이끌고 아프리카에서 좁은 지브롤터해협을 건너와 이베리아반도 서남부를 정복했다. 이때 타리프가 처음 상륙한 장소에 그의 이름이 붙여져 ‘Tarifa’ 섬이 되었다.” 옛날부터 이곳을 지나는 상인들은 통행세를 내야 했고, 이러한 세금이 오늘날의 관세 개념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돈 대신 다른 것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들 수 있습니다.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를 지나는 모든 선박은 선적된 서적을 검사받았다고 합니다. 서적은 모두 손으로 베껴 써서 도서관에 보관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학, 아르키메데스 수학,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둘레 측정 등 고대 학문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즉, 단순한 통행세를 넘어 지식과 문화를 쌓아가는 데에도 관세와 비슷한 개념이 사용된 것입니다.

현대의 관세는 어떻게 운영될까요. 오늘날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반덤핑 관세, 보복 관세 등에 따라 부과되며,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관세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미 FTA로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관세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죠. 관세를 적용할 때는 특정 품목과 세율을 미리 정하고 이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어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제조업이나 농업과 같이 생산에 시간이 걸리는 산업에서는 미리 세율을 알고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관세는 주로 물리적인 형태가 있는 상품에 부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서비스, 지식 재산, 소프트웨어 등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관세 부과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관세는 자국민에게 항상 이익이 될까요. 경제학적으로 결론을 내자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생산자는 보호를 받아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국내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므로 불이익을 겪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세가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2018년 미국이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사례입니다.

관세 부담이 반드시 수입국의 수입 업체에만 전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우리나라 신발에 2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원래 신발 가격이 100달러라면 관세를 포함할 경우 120달러가 됩니다. 하지만 미국의 수입업자가 “너희 신발을 90달러에 팔아야 우리가 살 수 있어”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기업이 시장 지배력이 약하면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수입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 기업이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죠.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 중 하나이므로, 많은 국가의 기업들이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가 결국 우리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세금 문제는 역사적으로 많은 분쟁과 전쟁을 촉발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독립혁명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영국은 미국 식민지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고, 이에 반발한 식민지 주민들이 “대표 없는 곳에 세금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라는 구호를 외치며 독립운동을 벌였습니다.

최근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해 여러 국가 간 무역 갈등의 조짐이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지속된다면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지속되면서 유럽연합 역시 반덤핑 관세를 활용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제 분업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무조건적인 자유무역이 정답은 아닙니다. 신흥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전략적 보호무역이 필요할 때도 있죠. 국가 간의 시의 적절한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관세는 단순히 세금의 개념을 넘어서 국가 간 경제 정책, 기업의 경쟁력, 소비자의 부담 등 다양한 요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나라 기업을 보호하자!”라는 시각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경제 구조와 글로벌 시장의 흐름 속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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