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쪽샘 44호분 축조 실험 진행…국내 최초로 신라시대 무덤 재현
무덤에는 당대의 사회-문화 반영…외교 상황-식습관 등 유추 가능
최근엔 환경보호 장례 방법 부상
● 국내 최초 다시 쌓는 신라 무덤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이 모인 경주 쪽샘지구 일대에 있는 쪽샘 44호분은 상자 모양의 나무 덧널에 시신을 넣은 뒤 그 위에 돌을 쌓고 흙으로 덮은 무덤입니다. 돌무지덧널무덤 중 가장 밝혀진 정보가 많아 국내 최초로 신라 무덤을 다시 지어보는 실험 대상으로 선택됐습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소는 무덤을 다양한 순서로 지어보면서 당시 기법으로 돌무지덧널무덤을 짓는 과정을 확인하고, 발굴 과정에서는 알아내지 못한 기술을 알아내기 위해 이번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쪽샘 44호분은 봉분 지름이 동서 약 30m, 남북 약 23m에 높이는 약 7m로, 경주에서 발견된 무덤 중 30번째로 큽니다. 또 쪽샘 44호분을 짓는 데 쓰인 돌의 부피는 약 1000t에 이릅니다. 부장품으로는 금귀걸이와 은팔찌, 금동관, 금동신발 등의 유물이 총 773점 출토됐습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시신을 안치한 공간의 넓이와 매장된 장신구의 크기 등을 토대로 무덤의 주인을 키가 약 130cm인 13세 정도의 공주로 추정했습니다.축조 실험은 올해 말까지 21단계의 전체 공정 가운데 땅을 파고 고른 뒤 시신과 부장품을 모방한 모형을 안치하고 돌로 덮는 14단계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발굴 조사를 통해 일차적으로 드러난 덧널, 돌무지, 돌무지 속 목제 구조물의 구조와 축조 기법을 검토하고, 무덤을 만들 때의 온전한 모습을 밝히는 게 실험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 무덤은 잘 보존된 타임캡슐
고고학자들은 4만∼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살 때부터 인류는 죽은 가족이나 동료를 기리기 위해 무덤을 짓기 시작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202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에마 포머로이 연구원팀은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 유골 주변에 있는 꽃가루 화석을 통해 장례를 치른 현장을 발견했습니다. 경희대 사학과 강인욱 교수는 “무덤은 무덤 주인의 삶이 반영된 거울”이라며 “살아 있을 때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당시 역사도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무덤 연구는 단순한 건축 양식을 넘어 당시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무덤에서 생선 뼈 화석 등이 발굴되면 수렵을 했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고, 직접 동물 뼈가 나오지 않아도 유골의 동위원소(같은 원자 번호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를 분석해 주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유골에서 추출한 콜라겐의 동위원소 비율을 곡물과 어류, 과일 등과 비교하는 겁니다. 경희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홍종하 교수는 “북쪽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 어류에게 추위를 견디기 위한 지방이 많다”며 “지방에는 질소가 많기 때문에 북쪽 지방 사람들의 유골에는 질소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 지금도 무덤은 변화 중
무덤이 당대의 사회·문화를 반영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신이 상대적으로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설계한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시신이 자연에 잘 분해될 수 있도록 무덤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신을 관에 넣을 때 화학 물질로 만든 수의를 입히면 시신이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시신과 함께 자연에 잘 분해되는 옥수수 전분이나 한지를 수의로 사용합니다.
땅에 묻는 매장 말고도 시신이나 유골을 불에 태우는 화장의 방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에서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비율은 약 90%입니다. 올 1월에는 국내에서 화장한 유골을 자연에 뿌릴 수 있는 산분장을 허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례지도사협회 이상재 회장은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되면서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환경을 보호하는 장례 방식도 생기고 있습니다. 흔히 쓰는 오동나무 대신 재생 종이를 활용한 종이 관을 만드는가 하면, 폼알데하이드 등의 화학 물질을 포함한 재료를 쓰는 대신 면과 리넨, 나무 등 분해가 되는 재료를 활용하는 ‘녹색 무덤’도 등장했습니다. 국제단체 녹색매장협회 사무엘 페리 회장은 “매장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발생량을 비교한 결과, 녹색 무덤이 일반 무덤에 비해 탄소 발생량이 10배 적었다”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장례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장효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obyne9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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