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 2기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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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 2기 이해하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의 위력이 미국 정치를 압도했다. 그동안 미국을 이끈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은 힘을 잃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미국 정치의 변화만이 아니라 세계 정치와 무역, 그리고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출범부터 그린란드와 파나마 문제를 거론한 것은 안보 강화와 경제적 이득의 실리적 측면은 물론 미국의 위대함을 다시 드높이는 정치적 측면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미국인들은 그린란드를 시작으로 역사를 배운다. 그린란드와 미국의 관계는 오래됐다. 그린란드와 파나마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 지지와 전략적 이익을 동시에 추진한 것이다.

예컨대 동북아시아는 미국 안보와 경제 협력의 최전선이다. 트럼프는 잃어버린 것도 되찾으려는 사람이고 가진 것을 잃어버릴 사람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항상 이 두 가지를 모두 얻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관세정책은 미국 건국 이후 오랜 논쟁을 거치며 정착됐다. 미국 역사에서 낮은 관세를 유지해 온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관세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정책 수단에 불과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도 관세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 초기에는 재정 수입의 도구로 관세를 사용했다. 이후 관세는 미국 국내 정치의 핵심 쟁점이 됐다. 트럼프는 이를 다시 이용할 뿐이다.

미국인들은 국경과 마약이라는 국내 정치적 문제를 관세로 풀어내는 사고방식에도 익숙하다. 캐나다와 멕시코(25%), 그리고 중국(10%)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했지만, 관세가 당분간 유예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협의의 시작일 뿐이다. 협상은 트럼프의 성격이 아니라 미국의 역사다.

아직 중국을 겨냥한 전반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징벌적 관세는 캐나다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선진국이 이미 부과하고 있다. 반도체와 철강 등 현안이 된 품목의 관세, 우회 공급 문제, 자원 전쟁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 방안 등 트럼프 2기의 무역정책은 밑그림도 나오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 트럼프 1기의 무역전쟁에서와 같이 물러서지 않을 모양이다. 중국은 수십 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자원 공급망과 유통까지 장악하려고 나서고 있다. 중국은 완결형 산업정책을 통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힘은 커졌으나 중국을 도울 국가는 많지 않다. 중국은 세계에서 견제받는 상황이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대(對)중국 무역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우방국과 함께 공급망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통적 전략은 항상 대안을 갖는 것이었다.

방위비 분담은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가 미국과 이익을 공유하는 기회의 대가로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다. 산업구조 재편과 미국과의 공급망 구조 형성에 동참하는 전략만이 한국의 번영을 다진다. 반도체와 미래 자동차, 배터리와 자원 개발, 원전과 전력망, 조선과 군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의 협력 방안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우뚝 설 기회가 왔다. 우리 산업이 중국에 다 무너지기 전에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중국의 빈자리를 메워 미국과의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최고의 공정 기술을 활용해 생산기지 허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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