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버린 AI, 목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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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버린 AI, 목적이 중요하다

최근 ‘소버린 AI(인공지능)’가 화두다. ‘소버린(sovereign)’은 ‘주권을 가진’이란 뜻으로 소버린 AI는 세계 AI 패권 경쟁에서 외국에 종속되지 않는 AI 기술 독립으로 AI 주권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AI가 국가와 기업, 국민의 미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에 AI 주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정부는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첫 단추인 소버린 AI 사업의 핵심으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지난주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팀을 국가대표 AI 기업으로 선정했고 필수 자원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 인재 확보를 위한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2027년까지 글로벌 선도 AI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구현하는 독자 AI 모델 개발이 목표다.

기본적으로 AI 주권을 위한 소버린 AI의 당위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중국이 지난 7월 말 거의 같은 시기에 글로벌 AI 거버넌스(지배구조) 관련 행동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향후 소버린 AI가 없을 경우 무방비로 미·중 한편에 서는 것을 강요당하는 지정학적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에 많은 논란이 있다는 점에서 소버린 AI 정책 성공을 위한 현실적 정책 보완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AI 모델 활용 목적에 따라 개발 전략 및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 목표인 글로벌 선도 AI 모델의 95% 이상 성능 확보는 기술적 목표지 목적이 될 수 없다. AI 투자 규모, 컴퓨팅 인프라, 인적 자원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미국, 중국과의 전면적 경쟁은 사실상 승산이 없다.

지난주 발표된 오픈AI의 GPT-5 등 미국 빅테크의 차세대 AI 모델 개발을 위한 ‘쩐(錢)의 전쟁’에 뛰어들기보다 우리의 강점과 기회를 살린 선택과 집중 기반의 실사구시 전략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필수적인 산업 AI 대전환(AX)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본 사업의 핵심 목적이 돼야 한다.

산업 AX에 집중한다면 기술적 성능 목표 자체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AI 및 디지털 경쟁은 1등이 시장을 지배하는 승자독식 구도다. 산업 AX에서는 무의미한 95% 이상 수준보다 글로벌 최고 수준 달성이 올바른 목표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로봇, 배터리 등 주력 및 첨단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산업별 특화 AX는 우리가 강점이 있는 산업별 데이터와 도메인 노하우를 학습시킨 산업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통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미국 대비 AI 성능에서는 약하나 산업 데이터 및 노하우에서의 확실한 비교 우위와 지정학적 위상을 잘 활용하면 우리와 반대 상황인 미국과의 협력 관계도 기대할 수 있다. 제조업 AX의 성공적 추진은 의료, 국방, 서비스산업 AX 등으로 수평 전개를 가속화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 AX 강국으로 진정한 소버린 AI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산업 AX 중심 소버린 AI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글로벌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서 지정학적 상황이 비슷한 독일, 일본 등 산업 강국들과 데이터 생태계 구축 등 산업 AX 협력을 확대하면 소버린 AI 정책을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소버린 AI, 목적이 명확하고 집중해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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