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성과급, 국민경제와 균형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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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성과급, 국민경제와 균형 생각해야

최근 반도체업계를 중심으로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당연한 원칙이다.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경쟁력 유지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논쟁은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민경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넓은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3월 기준 반도체산업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8%를 차지한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반도체가 국가의 먹거리로 성장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장기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축적의 결과다. 핵심 기술 인재에 대한 높은 성과 보상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필수적인 전략이다. 세계 반도체 기업도 같은 이유에서 파격적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이 창출한 이익이 단기 성과급에 과도하게 쏠릴 경우다. 미래 투자 여력을 잠식하면 백년대계로 이룬 경쟁력을 흔들 우려가 있다. 교섭을 통해 근로자 집단 전체에 막대한 재원을 일률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사회적으로 온당한지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핵심 인재 보상과 광범위한 집단 보상은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나친 성과급 요구 규모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연봉의 50% 상한’을 풀고 연봉의 600% 즉 수억원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성과급으로 6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임금체계의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회사의 재무적 판단 아래 설계돼 온 보상 체계를 노사 교섭으로 뒤흔드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인건비 급등 리스크를 초래한다.

기업 보상 구조는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수익성과 투자 구조 변화는 곧 시장 전체의 평가에 파급력을 미친다. 특히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가 대규모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주가 변동은 가계 자산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기업 이익의 환원 역시 중요하다. 최근 기업들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높이려 하고 있다. 그런데 대규모 성과급 요구는 이런 주주환원 정책 및 재원 배분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 배당, 자사주 소각 그리고 성과급은 모두 한정된 동일한 이익 재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를 넘나들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업 경쟁력과 투자 기대가 약화되면 통화 가치에도 부담을 준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보상 구조가 내부 노사 문제를 넘어 국민경제의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이유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이다. 노사관계의 목표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지 않다. 기업 경쟁력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노사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논쟁은 자칫 ‘물 들어올 때 우리만 노 젓자’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광범위한 집단 보상 확대에 따른 피해는 직원과 기업, 국민경제로 파급된다. 성과급 제도 역시 장기 경쟁력과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균형 잡힌 보상체계만이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국민경제 모두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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