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5년을 기획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업무는 기획재정부로 일원화하고, 감독 업무는 금융위원회의 감독 기능과 금융감독원을 통합한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맡기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산하 기관인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독립시켜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제 금융정책은 기재부 국제금융국이,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해 국제 금융과 국내 금융 연계가 긴밀한 개방경제 체제에서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해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이 경우 기재부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어 예산 업무를 분리해 기획예산처(가칭)를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자리 잡은 금융위원회 체계는 업무가 각 부처로 이관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산업 육성과 진흥’을 도모하는 금융산업정책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 및 소비자보호’가 목적인 금융감독정책과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있다. 현재처럼 금융위·금감원에서 중복적으로 운영되면 책임성 및 효율성 확보가 곤란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감독 기관의 독립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역시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각각 독립된 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에선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가 감독정책까지 동시에 관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감독 집행기구인 금감원을 예산 및 업무 수행 측면에서 지도·감독하고 있어, 금융감독이 금융정책을 견제하기 어렵고 하위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한 기관에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함께 주도하면서 관치금융이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을 금융위라는 하나의 조직이 함께 수행하면 2003년 카드 사태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처럼 금융정책이 감독정책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감독정책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라는 본연의 책무보다 이와 상충할 경제정책과 경기 부양 대책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와 IMF가 합의한 의향서에는 ‘운영 및 재정상의 자율성’(operational and financial autonomy)을 확보한 통합 감독기구 설립이 명시돼 있다.
같은 해 12월 3일 작성된 ‘한국경제 프로그램에 관한 메모랜덤’에서도 한국의 금융위기가 정부의 금융 부문 개입에 따른 금융 비효율성과 기업 부채 증가에 원인이 있다고 진단하며, ‘강력하고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설립해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당시 막강한 금융 권한을 행사하던 재정경제원이 해체됐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시건전성 감독과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중앙은행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정부의 금융정책과 완전히 독립된 금융감독 기능이 수행되고 있다. 그 결과 영국과 싱가포르 금융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며 자국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금융산업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한국도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도약해야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번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금융산업 선진화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