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관세 전쟁 후 車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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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관세 전쟁 후 車산업의 미래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 자동차산업의 관세가 15%로 결정됐다. 이는 일본에 부과된 관세와 같다. 무역 문제와 관련해 한국처럼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는 수출 중심의 개방경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협상에서 활용할 카드가 많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별다른 문제 없이 이행되고 있음에도 재협상을 해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재협상에서 일본만큼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지 않고도 자동차산업 경쟁국인 일본과 같은 수준의 관세를 이끌어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동차산업은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까지 포함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 중 산업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관세가 부과된다는 것은 최종 소비자 가격이 상승한다는 의미이므로, 급선무는 비용 구조를 점검하고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조정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부품을 수입하거나 한국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국가들도 대미 상호 관세에 따라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이에 따라 해당 국가 내 제조 여건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제는 미국 시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시장 정보도 중요해진 셈이다.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지금만큼 현지 진출국 자회사의 ‘센싱(sensing)’ 능력이 중요했던 적은 없다.

업스트림에서는 관세 압력이, 다운스트림에서는 탄소 배출 규제가 동시에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규제는 아니지만 유럽연합(EU)의 ‘디지털 배터리 여권’ 제도가 내년부터 공식 시행된다. 배터리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정해진 탄소 배출 기준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이 기준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쉬운 시장은 없다.

관세는 한국 자동차산업 지형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모델에서 같은 세그먼트 내 품질 개선과 기술 혁신을 통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EU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중국 전기차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우리는 고기술·고부가가치화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는 일본 기업도 마찬가지이므로 한국과 일본은 연구개발(R&D) 부문에서 다시 한번 혁신 경쟁을 펼치게 됐다. 첨단 기술과 고부가가치화를 어떤 방향에서 추진할 것인지, 우리만의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기업과 경쟁하는 세그먼트는 부득이하게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충격을 줄여야 한다. 특히 수출을 통해 현지 판매하는 모델들의 출혈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그동안 꾸준히 생산과 품질 고도화를 추진해왔지만, 더 이상 FTA의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혁신 도약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쉬운 시절이 한 번도 없었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장기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믿는다. 이런 대응 전략은 완성차 업체만의 몫이 아니다. 모든 협력업체가 추가적인 가치 창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한국의 전략 산업으로, 고용과 수출 측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다. 정부는 신기술 R&D와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세제 지원 등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 또한 혁신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해 모든 기술을 기업 내부에서 개발하려고 하기보다 역량 있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도입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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