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미국발 이슈가 쏟아지는 요즘, 유독 눈길을 끈 것은 지난 1월 초 미국에서 발표된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계획, 즉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5000억달러(약 700조원) 목표액은 가히 충격적이지만, 아직 선언적 성격이 강해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은 데이터센터 확보를 수반하고, 이에 상응하는 추가 전력 수요는 기존 전력망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발주한 연구보고서는 “2023년 기준 미국 전력 소비량의 약 4.4%가 데이터센터에 쓰였고, 2028년엔 최대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의 예측도 비슷하다. 한 투자은행은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약 16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분석에 따르면 이즈음 데이터센터 활용 수요의 약 70%가 AI 관련일 것이라고 한다.
이에 전력망 의존을 최소화한 시설 맞춤형 전력 공급이 기대되는 소형 및 마이크로 원전, 원자력 배터리 등 신규 동력원 확보가 확장성 및 경제성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주요 빅테크가 AI용 전력 공급원 확보 필요성을 공개 논의하는 등 기업 호응도 활발한 편이다. 파괴적 위력의 신산업일지라도 그 잠재력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선 다른 기술 개척과 긴밀하게 연계해야 한다는 점이 사뭇 흥미롭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지난 1월 마러라고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야 행사 등에 초대받아 민간 우주개발과 에너지산업 발전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홀로 곱씹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우주공간 내 산업 구축의 핵심은 지구 기반 인프라 의존의 최소화다. 지구 중력 이탈의 벽, 극단적으로 먼 거리, 강한 방사능, 극심한 온도차와 같은 극한 우주 환경 속에서 안정된 산업 기반이 자리 잡으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육지 의존도를 낮추며 해양의 악조건을 극복해온 해양 인프라 산업의 역사처럼 말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자생적이고 비교적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동력원 확보다. 이는 효율적인 오프그리드(off-grid) 전원 공급을 통해 극한 환경 내 생산을 비롯한 우주 경제 활동에 꼭 필요한 안정적인 동력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구체적인 방안도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특히 필자는 미국 전문가들이 그리는 우주개발 산업 생태계 조성 비전의 과감함과 구체성, 그리고 다른 산업과의 정밀한 연계 및 재빠른 개척 노력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기적 연결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잇달아 공개되는 양자칩처럼 향후 AI산업 고도화의 필수 기반 분야에는 우주 채굴 공급 여부에 경제성이 달린 헬륨-3 등이 중요하고, 무인화와 같은 우주개발 난제 해결에는 AI와 로보틱스산업의 동반 발전이 필요한 것처럼, 신패권 산업들의 개척 속도와 방향은 상호 연결 아래 가속화하고 있다.
가만 보면 스타게이트라는 명칭도 예사롭지 않다. 이를 우주와 연결된 세계를 다룬 동명의 SF 작품에서 가져왔다는 일각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세계 주요 경제는 미국이 개척하는 신기술 질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경제도 예외일 수 없다. 어지러운 시계에도 국내 산업 각계의 호응이 서서히 일어나는 듯하다. 다만 당장 눈에 보이고 잡히는 부분에 관심이 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든 신질서 태동이 그러했듯이, 시대적 흐름은 우리의 수긍과 납득 여부와 무관하게 전진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좋든 싫든, 시대 조류의 목전에서 개척과 번영의 바다를 향한 돛을 과감히 올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