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980년대 거시경제 운용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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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980년대 거시경제 운용의 교훈

때아닌 경제 안정화 정책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 안정화 정책은 금리·환율·재정을 활용해 경제를 안정시키는 정책으로 거시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이튿날 “1%대 중반 성장률에서 추경까지 동원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지난해 11월 금리 인하 이후 가장 큰 여건 변화는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정치적 리스크 확대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첫 번째 이유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꼽았다. 고환율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물가 상승 우려도 높아진다. 반면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대미 수출 역시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 아닌 만큼 수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일본 수출품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제 안정화 정책을 재점검할 때다.

1980년대 초반 제5공화국의 경제 안정화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국내 경제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1979년 제2차 석유파동, 국내 정치 불안,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영향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이 급등했으며 경상수지 적자가 대폭 확대되는 등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국제 원유 가격이 1979년 3월 배럴당 13.3달러에서 1980년 8월 30달러로 급등해 국내 물가가 크게 오르고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쳐 수출마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와 같은 1980년대 초의 열악한 경제 상황에도 우선 그동안 지속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원화를 대폭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내 통화가치를 현실화하고 환율의 가격 기능을 제고했다. 원화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 증대로 국내 경기가 다소 회복하기 시작한 1982년부터는 강도 높은 재정 긴축을 통해 재정수지 건실화를 추진했다. 통화정책은 1980~1982년 중 초기에는 총통화증가율을 연평균 27%대로 유지했다. 그러다 국내 경기의 회복이 본격화한 1983년부터 10%대로 하향 조정해 1985년까지 지속함으로써 재정 긴축으로 조성된 물가안정 기조를 더욱 확고하게 구축했다. 마침내 1986년 사상 첫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경제 안정화 정책이란 이처럼 상황에 맞는 시의적절하고 올바른 정책 조합이 중요하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로 한국 경제발전 사상 처음으로 고도성장을 유지하면서도 경상수지 흑자와 물가안정을 달성한 때였다. 물론 이때 저달러, 저금리, 저유가라는 3저 효과가 컸다. 하지만 그러한 대외환경을 잘 활용해 경제 안정화 정책에 성공했기 때문에 한국 경제발전 사상 처음으로 2%대 물가 상승률(1984~1986년)과 10%대 성장률(1981~1987년)이라는 고성장·저물가를 달성할 수 있었다. 1986년부터는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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