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에게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를 살펴보자. ‘불꽃 카리스마’, ‘외유내강’, ‘맹장’, ‘덕장’, 심지어 ‘야구의 신’도 있다. 덕장이 살짝 결이 다른 느낌이 있지만 대다수의 수식어는 결단력과 장악력 등 강함을 강조한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 감독의 권한은 상당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LA 다저스 등 최근 들어 프런트의 입김이 과거에 비해 커진 일부 구단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다수 팀은 감독이 선수 기용과 교체, 작전 구사 등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경기 관련 전반적인 사항에 책임을 지고 이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 프런트는 선수단 구성, 선수 콜업이나 강등, 트레이드, 계약 등을 맡는다.
반면 한국프로야구에서는 감독이 그라운드의 전반적인 결정은 물론이고 트레이드, 영입, 콜업 등에까지 강한 입김을 넣거나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다. 이에 대해 감독들은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1차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뿐더러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에게 이런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변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은 구단의 모두에게 있다. 부진한 성적을 낸 선수는 2군행, 심할 경우 방출될 수도 있다. 구단 사장과 단장 역시 경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감독만 자리의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다. 감독이 실질적 권한을 갖는 구조의 최상위자로서 역할을 하다 보면 수직적 구조의 최상위자로서 자칫 독불장군식, 시대와 맞지 않는 리더십으로 흐를 수 있다.한 연구에 따르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조차 회사를 떠나는 이유로 회사 자체에 대한 실망보다 상사의 공감능력 부족에 대한 불만을 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불행히도 프로야구 선수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다. 계약금을 받고 입단해 규약상 일정 기간 동안 자의로 팀을 옮길 수 없다. 싫다면 은퇴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선수 시절 본인도 몸서리치게 싫어했던 당시 감독들의 스타일을, 이제 자리가 달라졌다고 자신도 당연한 듯 펼친다면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 될 수 있다. 과거의 것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것은 살리라는 것이다. 팬,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들에 대한 입체적인 공감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과 귀를 가린 채 시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실패한 리더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시대에 걸맞은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프로야구 감독들을 기대해 본다.
송재우 스포츠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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