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스테이블코인 논쟁과 원화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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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택 교수의 D-엣지]스테이블코인 논쟁과 원화 확장

이란 전쟁의 여파가 심각하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고 있고, 산업 공급망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유가와 환율의 동시 압박은 물가 상승과 기업 비용 증가,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쟁은 외부 충격이지만, 그 충격이 닥칠 때마다 원화는 위험 회피 국면에서 불안함을 보여준다. 현재, 1500원을 넘어선 환율은 2009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이다.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환율의 흐름은 외환시장의 과민 반응이 아니라, 원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냉정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럴 때 정책이 안정에 집중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된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민첩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대응과는 별개로,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원화는 안정적인 관리 통화로서 작동해 왔다. 그러나 국제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통화의 힘은 발권기관의 신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거래에서 얼마나 반복적으로 사용되는가가 중요한 요인이다. 원화는 국내에서는 완결성을 갖지만, 국경을 넘는 순간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사용된다.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원화의 사용 기반을 넓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디지털 결제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 반년 넘게 지속돼온 스테이블코인 논쟁은 본질을 비켜가고 있다. 디지털 결제 환경에서 원화를 어떻게 더 넓게 쓰이게 만들 것인가라는 핵심 질문이 빠진 논쟁은 결국 방어에 머무른다.

한국은행이 실험해왔던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겉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지향점은 다르다. CBDC가 통화의 안정성과 질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거래 현장에서 사용을 확장하는 데 상대적인 강점을 가진다. 국제화는 발행 주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의 문제다. 화폐의 단일성이 중요하다는 우려는 타당하지만, 실제 통화의 영향력은 사용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환경에서 통화 확장에 유리한 구조를 갖는다. 국경 간 접근성이 높고, 플랫폼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기존 금융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 이미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특정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의 결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원화 기반으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외화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고 해서 원화의 국제화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CBDC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일 뿐이며, 실제로 원화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경제적 유인과 거래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통화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 기반이 확대되면서 국제화되기 때문이다.

국제 흐름을 고려할 때 외환과 에너지의 방어력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출입 결제와 해외 거래, 크로스보더 결제 및 투자·정산 등 실제 거래의 흐름 속에서 원화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이든 토큰화된 예금이든 원화의 사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전쟁 국면에서는 정책의 시선이 단기 대응으로 좁아지기 쉽다. 위기 때마다 흔들리는 통화를 관리하는 데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위기 이후 더 넓게 쓰이는 통화로 만들 것인지는 결국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안정과 확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원화를 지키는 전략에서 원화를 확장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스테이블코인 논쟁에서 필요한 판단일 수 있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pascals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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