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펠바움 ‘9월 5일: 위험한 특종’
1972년 뮌헨 올림픽 도중 갑자기 총성이 들려온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이 선수촌에 난입해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삼아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포로의 석방을 요구한 것. 끔찍한 비극을 낳았던 ‘뮌헨 올림픽 참사’의 시작이었다. 팀 펠바움 감독의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이 인질극의 과정을 당시 올림픽 중계에 참여했던 ABC방송 스포츠팀이 실시간 중계 보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워낙 실화 자체가 극적인지라 순간순간의 상황들을 ‘생중계’하듯 담아낸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준다.
영화는 사건을 순차적으로 생중계하듯 담아내지만, 이들이 순간순간 보여주는 어떤 선택들에는 고뇌가 묻어난다. 사상 최초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이고, 위성을 타고 전 세계로 타전되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치솟는 시청률을 향한 상업적 욕망과 테러 과정을 생중계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 사이에서 보도팀은 딜레마에 빠진다. 생중계는 테러리스트들에게도 실시간으로 공유돼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었고, 저들의 목적에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스포츠팀의 책임자 마빈 베이더는 묻는다. “전 세계가 보고 있다는 걸 그들도 알아요. 그들이 누군가를 쏜다면, 그리고 생중계된다면 그건 누구를 위한 이야기죠? 저희입니까? 저들입니까?”바야흐로 생중계 시대다. CNN이 이라크 전쟁을 생중계하면서 이제 전쟁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타격하는 장면을 우리는 매일 보고 있지 않은가. 정치 사안도 예외가 아니다. 탄핵 정국에 우리는 매일 생중계되는 뉴스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 속 스포츠팀 총괄자인 마빈 베이더의 질문이 새삼스럽다. 과연 이건 누구를 위한 생중계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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