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 않은 트럼프의 러시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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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 않은 트럼프의 러시아정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놓고 유럽 동맹을 거의 날려버릴 뻔했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지지자들은 모든 규칙을 깨고 3D 체스를 두는 한 남자의 대담한 독창성을 칭송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정책은 그리 새롭지 않다.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앙겔라 메르켈처럼 러시아와 정치 이념적 차이를 넘어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버락 오바마처럼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적대감은 냉전 시대의 시대착오적인 메아리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측에 제안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충분한 안보 보장은 결국 조 바이든 정부에서나 주요 유럽 동맹들도 결국엔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조지 W 부시, 오바마, 메르켈, 바이든이 2008년 이후 조지아에 대한 러시아의 행동과 2014년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처한 방식이다.

푸틴에게 '꽃' 보내려는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시아 정책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존에는 반(反)러시아 수사와 상징적인 제재를 통해 ‘실용주의’를 위장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사탕과 꽃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을 ‘존중’하는 것이 러시아와 안정적인 비즈니스 관계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 유럽은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청에 강경하게 맞선 것만이 아니다. 독일을 필두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교역에 대한 모든 기회를 포착해 왔다. 미국은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 자국 안보를 약화시키지 말라고 베를린에 간청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뒤집고 싶어 한다. 러시아는 미국보다 독일에 더 가깝고, 독일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독일이 유럽 안보를 약화시키는 러시아와의 무역 거래를 피하도록 미국에 간청해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정부의 접근 방식은 헨리 월리스 전 상무부 장관이 1946년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에게 제시한 견해와도 맞닿아 있다. 월리스는 서방에 대한 스탈린의 불신은 외세 침략과 침탈로 인한 방어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모스크바 주변에 동맹을 구축해 모스크바를 봉쇄하면 스탈린의 피해망상이 심화하고 적대감만 커진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결책은 분쟁 지역에서 철수하고, 소련의 안보 보장 제안을 받아들여 양국 간 무역을 촉진해 크렘린의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트럼프, 월리스 '반면교사' 삼아야

하지만 냉전 시기 미국 외교·안보정책인 봉쇄 전략의 설계자 조지 케넌은 월리스가 크게 잘못 생각했다고 봤다. 모스크바와의 관계 개선은 스탈린이 자신의 팽창 노력을 서방이 성공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후에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즉 데탕트(긴장 완화)는 봉쇄 상황에서도 나올 수 있지만 봉쇄 전략 자체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게 케넌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월리스식 정책엔 분명한 위험 요소가 있다. 유럽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존엄성에 대한 모욕과 안보 위협을 용서하거나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또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제공하는 모든 양보를 받아내고, 중국과의 동맹과 우크라이나 침략을 더 강화할 수 있다. 일본도 유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심한 태도를 보면서 자국 안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결국 월리스는 후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원제 ‘Trump’s Russia Policy Isn’t All That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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