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감성 ‘좀비딸’
갑자기 창궐한 좀비 바이러스. 순식간에 세상은 아비규환으로 변하고 정환(조정석)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최유리)를 데리고 어머니 밤순(이정은)이 사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향한다. 정부는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자진신고를 권하지만, 그렇게 하면 사살된다는 걸 아는 정환은 차마 그러지 못한다. 평소 춤을 좋아했던 수아가 음악이 나오자 어색하게 몸을 움직이는 걸 보고 정환은 반색한다. “기억이 있으면 좀비가 아냐. 살아있어.”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라 여긴다.
‘부산행’,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이제는 K좀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좀비물이 나왔지만, 코미디와 결합한 좀비 영화는 처음이 아닐까. 주로 공포물로 그려지던 좀비물이 빵빵 터지는 코미디로 변환된 건 좀비를 바라보는 이 작품의 독특한 시선 때문이다. 보통 좀비로 변하면 제거의 대상으로 취급받지만, ‘좀비딸’은 포기하지 않고 구해내려는 부성애와 결합해 ‘좀비 훈련’이라는 웃음 터지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코미디지만 ‘좀비딸’은 좀비로 대변되는 타자화된 존재에 대한 달라진 시각 또한 반영한다. 동물이나 심지어 식물에 ‘반려’의 개념을 갖게 된 현재의 변화된 인식이 투영돼 있다. 다르다고 배척하기보다는 공존의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들어있는데, 흥미로운 건 살아있는 존재와 죽은 존재를 가르는 기준으로 ‘기억’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평소 좋아했던 음식이나 노래 같은 기억들이 어쩌면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소중한 것들이라는 거다.푹푹 찌는 찜통더위의 나날이지만, 평소 좋아했던 음식을 나누거나 함께 보는 영화 한 편의 시간을 소중하게 느껴 보길. 그것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될 테니.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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