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14차례 언급하며 기업 주도 성장을 강조한 이후부터다. 설 연휴 기간 딥시크 쇼크로 전 세계가 출렁이자 “추경에 AI 예산을 담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엊그제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는 “주 52시간 예외 필요성에 많이 공감한다”고 했다. 어제는 “방위산업은 가장 가시적인 미래 먹거리”라며 “국익을 위해 K방산을 적극 지원·육성하겠다”고 했다. 이들 모두 성장과 관련된 내용이긴 하나 기업들이 원하는 핵심은 비켜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 대표가 진정 기업 성장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다면 ‘불법파업 조장법’이나 다름없는 노조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부터 철회해야 한다. 이 법은 노조가 불법을 저질러도 손해배상을 면제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들은 산업 현장의 혼란이 심해지고, 상시 파업으로 노사관계가 파탄으로 흐를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민주당은 재입법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호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도 외면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시행 3년간 법원이 법 위반과 재해 발생 간 인과관계의 인정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도체 등 첨단기업이 절박하게 요청하는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법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전력망 확충법에는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전력망은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인프라 중 하나다. 여야는 정기국회 기한 내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에 올인하면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른바 ‘우클릭’은 이 대표의 정치적 자유지만, 거의 매일 성장과 실용주의를 앞세우는 마당에 이들 노조법·중대재해처벌법·전력망확충법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다. 정책 전환의 진정성은 이들 법안의 처리 결과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