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상속세 때문에 집 팔지 않도록"…기업은 팔아도 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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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6 17:51 수정2025.02.16 17:51 지면A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며 상속세 인하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현행 5억원인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8억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금액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상속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상속재산 18억원까지는 세금을 안 낸다. 이 대표가 25년 만에 나온 정부·여당의 상속세 전면 개편안 중 핵심인 최고세율 인하는 비켜 간 채 수도권 중산층 표심을 겨냥해 공제액 상향만 들고나온 것이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액 최대치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며, 최대주주 보유 주식 20% 할증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국가(24개국)의 평균 최고세율(26%)보다 2배가량 높다.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거나 상속재산을 팔 때 세금을 내는 자본이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최대주주 주식 평가액의 20%를 할증해 세금을 매겨 최고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이러니 ‘약탈적 상속세’란 말이 나오는 거다.

상속세로 인해 경영권 분쟁을 겪거나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한다. 한미약품 대주주 모녀와 아들 형제는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난 1년간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 쓰리쎄븐, 유니더스, 락앤락, 농우바이오 등은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사모펀드(PEF) 등에 넘겼다.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파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면서 최대주주가 유망 기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방치해도 된다는 말인가.

이 대표는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라고 했다. 기업이 성장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 상속세의 몇 배를 세금으로 걷을 수 있다. 기업 주도 성장론을 꺼낸 사람이 ‘초부자 특혜 감세’를 들어 가장 중요한 최고세율 인하를 막는 건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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