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밀어붙인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여야 간 이견이 큰 국회 현안을 강행 처리할 것을 예고했다. 다음 달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인준하고, 재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조 원대 추경안도 같은 날 처리하겠다는 방침인데, 국민의힘은 여당이 추경 심사 일정을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취임 이후 협치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를 무색하게 한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야당과 협치할 자세가 돼 있다고 했지만 말뿐인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여당은 법사위원장 등 공석인 4곳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입법 관문’인 법사위원장은 제1당의 일방 처리 견제를 위해 원내 2당이 맡는 것이 2004년 이후 관례였는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이 가져갔다. 힘 있는 집권 초에 입법을 서두르겠다는 취지일 수 있지만, 거대 여당이 소수 야당의 문제 제기를 들으려는 진지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협치는 불가능하다.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은 무기력에 빠져 있다. 여당 견제를 위한 최소한의 동력을 마련하려면 새로 태어나야 할 텐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등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혁신안들은 그의 임기가 오늘로 끝나면서 흐지부지돼 버렸다. 옛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 지지로 당선된 송언석 원내대표가 등장한 이후로 당은 쇄신보다 차기 당권 경쟁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니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대선득표율(41%)의 절반 수준(23%)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을 거치며 확인된 민의는 민주주의 회복과 함께 타협의 정치 복원이었다. 민주당은 입법 성과가 급하더라도 소수 야당을 설득하고 양해를 얻는 ‘협의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 생각의 차이 때문에 합의가 어렵다 해도 최대한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여당은 독주하고, 야당은 무력하다. 나라 안팎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정치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만 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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