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재 때려 부수자” “지X발광”… 용납 못 할 선동과 막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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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 여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해 선동성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엔 국민의힘 의원 39명이 참석했는데, 서천호 의원은 광화문 집회에서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며 “모두 때려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 주장을 넘어 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이 발언은 과연 여당 의원의 입에서 나온 게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집회에 나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은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을 즉시 처단하자”는 김 전 장관의 옥중 서신까지 공개했다. 계엄 포고령에 포함됐던 ‘처단’ 운운한 것은 사실상 특정 재판관에 대한 공격을 사주하는 용납 못 할 선동이 아닐 수 없다.

야당 의원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헌재 청사 인근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의 ‘정치인 체포·제거’ 메모를 의식한 듯 “저는 아마도 연평도로 가는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밥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지X 발광’을 하고 있다”고 했다가 주최 측이 유감을 표하는 일도 있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지난달 말 변론 기일이 끝났고 헌재 재판관들의 평의를 통한 최종 판단만 남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헌재에 대한 폭력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건 사실상 불복의 밑자락을 깔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그 뒷감당을 어쩌려고 이러는 건가. 야당 역시 혐오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런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은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언급조차 하지 않는 윤 대통령 책임이 크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국민들이 비상 위기를 알아준다면 내 고초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지금은 여야 모두 ‘헌재의 시간’을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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