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기소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 회장의 2심 무죄 판결에 대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원장은 어제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2심 무죄 선고에 대해 “국민과 후배 법조인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담당자로서 (기소) 근거 등이 결국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히 준비돼 있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이번 사과는 자신 주도로 이뤄진 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인지 여부는 얼버무린 채 ‘법원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식의 자기방어에 급급한 인상을 준다. ‘사과’라는 말은 했지만 무리한 기소의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이 회장과 삼성에는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았다. 검찰은 2020년 9월 삼성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부당하게 합병했다며 19개 혐의로 이 회장을 기소했는데, 당시 이를 주도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이 원장이다. 2016년 참여연대 등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이 수사는 2020년 6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회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까지 내놨지만 당시 이 부장검사는 기소를 강행했다. 결과는 검찰의 완패였다. 지난해 2월 1심에 이어 지난 3일 2심에서도 19개 혐의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도 이 원장이 “주주가치 보호 실패 등을 막기 위해서 이제는 다양한 법령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한 대목은 어이가 없다. 잘못된 기소에 대한 반성은커녕 법이 잘못됐다고 탓한 것이다. 현행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검사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얘기다. 1심 ‘전부 무죄’에도 2심까지 기소를 강행한 검찰은 기소권 남발과 경직된 조직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산업대전환의 엄중한 시기에 지난 9년 간 사법리스크에 시달린 삼성의 경영 손실은 누가 책임질 건가. 검찰의 대법원 상고는 마땅히 접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