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 결정 전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하루 전 민주당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내용이 빠진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지만 이제 주 52시간제 예외를 주장하는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상임위가 이 사안을 180일간 심의하게 된다.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제외한 껍데기 법안마저 6개월 내 입법이 불투명해졌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의힘은 42∼43% 소득대체율을, 민주당은 44∼45%를 주장하는 가운데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걸림돌이 됐다. 작년 21대 국회 말미에 여야 합의의 기회를 걷어찬 여당이 이번엔 가입자 수 등을 반영해 받을 돈 인상 폭을 조정하는 장치 도입이 전제가 돼야 소득대체율을 양보할 수 있다고 한다. ‘국회 동의’를 조건으로 장치 도입에 전향적 태도를 취하던 민주당은 입장을 바꿔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기 추경과 관련해선 당초 소극적이던 국민의힘이 뒤늦게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 270만 명에게 25만∼50만 원씩 선불카드를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15조 원 규모 추경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논란이 많은 전 국민 25만 원 지역화폐 지급 등이 담긴 35조 원짜리 추경안을 일찌감치 내놨다. 규모, 세목, 지원 대상에 양측의 이견이 커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1월 9일 국회의장까지 참석하는 여야정 4자 협의회가 합의됐을 때만 해도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기능 부전에 빠진 정부를 대신해 갑갑한 경제 상황에 돌파구를 열어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42일 만에 열린 1차 협의회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더니 이번 2차 협의회까지 무산되고 말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서로 트집 잡기에 ‘골든 타임’을 허비한다면 한국 경제가 회생을 꾀할 계기를 다시 찾긴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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