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 두 건을 이달 초 발의했다.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동맹국 조선소에서도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조선 협력 기대를 키우는 것이어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증시에서도 HD현대중공업(15.36%)과 한화오션(15.17%) 등 조선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미 해군은 준비 태세를 유지하려면 함정 355척이 필요하지만, 현재 291척만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법안에 특정 국가를 협력 대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국가 중 한·일만 미국보다 저렴하게 첨단 해군 함정을 건조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향후 미국에서 함정의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은 국내 조선사들이 앞으로 5년간 미국 캐나다 등에서 수상함·잠수함, 함정 MRO(유지·보수·정비)사업으로 300억달러(43조9000억원) 상당을 수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조선은 이처럼 대전환기를 맞고 있지만 범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은 턱없이 열악한 실정이다. 조선업계는 첨단 선박기술 R&D(연구개발) 인력에 한해서라도 ‘주 52시간 근무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를 요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는 선박 납기를 맞추기 위해 유연한 주 52시간 적용이 불가피한데, 근무시간을 1주일 단위로만 계산하다 보니 탄력적인 인력 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역시 조선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 기자재 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 체결도 시급한 과제다. 세제 지원을 위해 조선업을 조세특례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차세대 조선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에도 나서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 했다. 제2의 중흥기를 맞은 K조선이 국가 효자 산업이 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