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대외관계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그래서 바로잡아야 할 주요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꼽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 눈에 한국은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일 뿐이다. 한미 간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는 상황에서 ‘4배 관세’라는 엉터리 주장을 폈다. 한국이 양자협정이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 관세율이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이라는 주장인 듯 보이지만, FTA를 체결한 한미 간에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 얘기다. 그런 한편으로 우리 정부가 이제 막 검토를 시작한 대미 에너지 투자는 이미 결정된 것처럼 발표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함께 거론한 대목이다. 그간 동맹국이 적성국보다 나쁘다며 주로 유럽 사례를 거론해 왔는데 이번엔 한국을 꼽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까지 끊어 백기를 들게 만들면서 유럽 국가들을 충격에 빠뜨린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제 아시아로 눈을 돌려 새 표적을 찾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국이 탄핵정국의 리더십 부재 상황이라지만 언제까지 유예기간을 줄 것 같지도 않다.
이번 연설에선 빠졌지만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는 당장 관세 압박과 함께 한국을 옥죌 동맹에 대한 공세 카드일 것이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국의 역할 강화를 강조한 것도, 한국의 정치 상황을 들어 한미일 안보 협력의 미래에 우려를 표시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견제에 한국을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면서 주한미군의 대북 방어 역할은 줄이는 구상은 머잖아 구체화할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43일, 자국 이익을 위한 ‘아메리카 퍼스트’ 행보는 거침이 없다. 지난 80년간 주도해 온 자유주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이웃 나라의 영토 주권까지 무시하는 탐욕스럽고 난폭한 제국의 모습까지 드러냈다. FTA 체결국이라고, 군사 동맹국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안보 동맹이자 경제 동맹으로서 미국의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매력적인 동반자로서 우리 존재를 어필하며 곧 다가올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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