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수입관세에 대해 “(미 정부의 관련 보고서 제출 다음 날인) 4월 2일 말씀 드릴 가능성이 크지만 25%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의약품 관세는 “25%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관세율 25%는 4월 12일부터 미국이 부과할 예정인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같은 수준이다. 게다가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 자동차·반도체 산업엔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작년에 154만 대, 약 50조 원어치의 차를 미국에 수출했다. 대미 수출 품목 중 1위로, 수출되는 차의 절반이 미국으로 간다. 특히 한국GM은 생산량의 90%를 미국에 수출한다. 반도체 대미 수출액은 15조 원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이 미국 중심으로 급증해 왔다. 의약품 수출 비중도 미국이 제일 높다. 25% 관세가 붙을 경우 자동차 부문에서만 대미 수출액이 9조 원 넘게 감소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 간 교역에서 98%의 관세를 없앤 한미 FTA가 방패막이 돼 줄 거란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품목별 관세, 국적별 관세,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상호관세의 칼날을 자국에 유리하게 멋대로 휘두르면서 한국만 예외로 인정받을 기회는 좁아지고 있다. “그들에게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대해서만 관세 폭탄의 불이익을 덜어 주겠다는 의미다.이로써 미국에 짓고 있는 현대차 메가플랜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등 현지 생산시설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고 기존 현지 공장의 활용도를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미국 빅테크들과 고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체계도 만들 필요가 있다. 수출 방어에 도움만 된다면 국내나 중국, 멕시코에서 만들던 제품의 생산을 미국 쪽으로 돌리는 등 글로벌 수출망 전체를 다시 짤 생각까지 해야 한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