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를 출발해 부산항에 입항한 대형 화물선에서 코카인 600㎏이 적발됐다. 2000만 명가량이 동시 투약(1회 0.03g 기준)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3000억원어치다. 부산항에서 적발한 마약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부산항 등 여러 한국 항구가 아시아 신시장 개척에 나선 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환승 통로로 급부상 중임을 시사한다.
몇 달 전에는 강릉시 옥계항으로 들어온 외국 무역선에서 코카인 상자 57개가 적발됐다. 밀수 수법도 다양해졌다. 6개월 전에는 파나마를 출발한 마약이 네 차례나 선박을 바꿔 타는 ‘드롭 앤드 픽업’을 거쳐 당진항에 들어오려다가 적발됐다. 부산항으로 밀수한 액상 코카인을 횡성에서 고체 코카인으로 제조하려던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고삐 풀린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 상반기 마약 적발량은 2680㎏으로 벌써 지난 한 해(787㎏)의 3배를 넘어섰다. 900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미국의 국경 단속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지적된다.
텔레그램 같은 SNS와 암호화폐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다 보니 일상 침투도 가속도가 붙었다. 마약을 투약한 채 역주행한 운전자, 공중화장실 투약으로 걸린 10대 등 깜짝 뉴스가 잇따른다. 마약류 사범 중 1020세대 비중이 35%를 넘어서는 등 청년층의 중독이 특히 심각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사와 단속은 외려 뒷걸음질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대부분 마약범죄 수사를 경찰이 떠맡았지만 역량·의지 공히 한계를 보인다. 소지·투약부터 밀수 조직까지 단계를 밟아가는 마약수사 기본체계가 끊어졌다는 평가다. 더 걱정스러운 건 여당이 추석 전까지 끝내겠다고 공언한 검찰 해체 수준의 급진적 변화다. 수사권 조정 직전 11.8%(2020년)이던 ‘사기범죄 6개월 내 미처리율’은 28.0%(2023년)로 높아졌다. 마약을 포함해 민생 범죄 수사력을 제고하는 형사·사법시스템 재구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