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그해 한국에 왔을 때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가장 먼저 찾을 정도로 반도체 기업 유치를 큰 국정 성과로 여겼다. 삼성전자는 칩스법 제정에 맞춰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고, 제1공장의 외관 공사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38억 달러를 들여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투자액의 10%가 조금 넘는 47억 달러, 4억 달러를 각각 지급하기로 지난해 말 정식 계약을 마쳤다.
트럼프의 발언은 자국 법에 따라 상대국 기업과 맺은 계약을 뒤집겠다고 나선 것이다. 상궤를 벗어난 주장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특유의 기법일 수도 있지만 수용할 수 없는 발언이다.
트럼프 정부는 다수당인 공화당을 움직여 칩스법을 백지화하거나, 법 개정 또는 재계약을 통해 보조금 액수를 깎으려 들 수 있다. 우선, 법 폐지가 추진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텍사스, 인디애나 등 일자리가 생기는 곳의 현역 상원의원 4명, 주지사 2명이 모두 공화당 소속이란 점이다. “칩스법은 우리 시대의 큰 성공”이라고 말한 토드 영 상원의원(인디애나주)은 “보조금 문제로 공장 규모가 줄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미 상원은 52 대 48로 공화당 우위지만 공화당에서 3명만 반대하면 칩스법 폐지는 막을 수 있다.법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조금 일부를 감액하는 법 개정이 추진될 우려도 있다. 트럼프 연설 이후 정치인들이 백악관을 접촉해 보조금 프로그램의 수정을 논의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도 있었다. 결국 관건은 수혜 지역 정치인들의 태도인데, 이들은 유권자의 생각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정부 대 정부의 협상과는 별도로, 미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전화 걸고 편지 쓰는 방식의 풀뿌리 운동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보조금 삭감을 막을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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