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일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일 관계의 새로운 황금시대 추구’라는 파격적 표현을 넣었다. 이시바가 1조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자 트럼프는 상호관세 대상에 일본을 거론하지도 않았다. 또한 일본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외신들은 ‘무난한 출발’ ‘선방’ 등의 표현으로 일본 외교에 후한 점수를 줬다.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조차 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아무 대가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일본이 미국의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은 일관된 외교적 노력의 결과다. 미국은 전후 일본을 ‘아시아의 반공기지’로 부흥시켰다. 이후 일본은 정권이 바뀌어도 경제와 안보에서 미국과의 밀착도를 늦추지 않고 오히려 친미 노선을 강화해왔다. 좌파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자주 외교’ ‘미·중 균형외교’ 등을 앞세워 미국과 거리를 둬온 한국의 들쑥날쑥 외교 노선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임기 내내 친북·친중 노선으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을 여러 경로로 표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 사유로 ‘북한·중국·러시아 적대시 외교’를 넣은 것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대하는 온도 차는 원자력협정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일 원자력협정은 한·미 협정과 달리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원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을 허용하고 있다. 유사시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미국 측 신뢰가 깊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는 중국과 러시아의 패권적 야욕이 더욱 노골화하는 시기로 미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한국의 안보 환경이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 손을 놓으면 동아시아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고립무원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일관된 대미 외교 성과를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