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약성 드러낸 韓에너지 공급망… ‘경제 안보’ 강화해야

1 day ago 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촉발된 위기가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중동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에너지·원자재 공급망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중동 국가에서 조달하던 원유, 나프타, 요소, 알루미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경제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보·위기관리 차원에서 해외 공급망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사온다. 9년 전부터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려 네덜란드에 이은 2위 수입국이 됐지만 비중은 20%가 채 안 된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통틀어도 10% 정도다. 대다수 정유·석유화학 생산시설도 점도가 높은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어, 급하게 미국산 등 묽은 원유의 수입을 늘린다고 해도 전환이 쉽지 않다고 한다.

급등한 국제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 해제했지만 한국이 끼어들 여지는 크지 않다. 거래 금지 기간에도 러시아 원유를 사던 중국, 인도, 동남아 국가들이 쓸어가기 때문이다. 원유 공급이 중단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친미 성향의 필리핀까지 러시아산 원유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미국의 시선을 의식해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국제 에너지·원자재 쟁탈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특정 지역, 품종에 치우친 공급망을 다각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격, 운송비 면에서 다소 불리해도 중동과 경로가 차별화되는 공급처를 평소 중장기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 터지고 난 뒤엔 캐나다산 중질유, 이집트산 나프타, 베트남산 요소가 웃돈을 얹어 줘도 구할 수 없게 됐다.

에너지와 원료의 안정적 공급은 한국이 세계 수위의 제조업 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다. 이번에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은 전쟁이 끝나도 상당 기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산 헬륨·브롬 가스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를 주도해온 반도체 산업까지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정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기업들의 수입처 다각화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사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영올드&

  • 이원주의 하늘속談

    이원주의 하늘속談

  • 초대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