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발등에 떨어진 트럼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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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0 17:50 수정2025.02.10 17:50 지면A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우려하던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당장 우리 발등에도 떨어졌다.

취임 직후 불법 이민과 마약류 유입 문제 해결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10%)과 캐나다, 멕시코(25%)에 부과했거나 으름장을 놓은 추가 관세와는 성격이 다르다.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전 세계를 겨냥한 조치다. 사실상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의 진짜 포성이 울린 셈으로 한국도 사정권에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263만t까지 무관세로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여기에 25%의 관세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 관세에 25%를 추가로 더 내야 하는 다른 수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안도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협상을 통해 설정한 무관세 쿼터가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미국산 철강 대비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액 기준으로 우리 철강기업의 최대 수출국이다. 자동차용 특수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연간 276만t 정도를 수출한다. 6조원이 넘는 거대 시장이다. 트럼프는 이번 관세가 US스틸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일본이 인수 대신 투자하기로 한 점도 변수다. US스틸이 일본제철과 손잡고 경쟁력을 높이면 미국 시장을 지키기 더 어려워진다. 한국산 철강을 쓰는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도 생산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산 철강 제품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캐나다·브라질 등 철강 수출국들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는 우리 철강사들로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금은 정공법 외에 별다른 수가 없다. 정부는 트럼프 1기 때처럼 협상력을 발휘하고 중국산 저가 공세를 막을 방파제 역할도 해줘야 한다. 기업들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고 미국 현지 생산체제 구축 등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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