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 현대제철…노조는 내우외환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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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25 17:36 수정2025.02.25 17:36 지면A31

현대제철이 그제 연 매출 4조원가량의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가동을 스스로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노조의 ‘게릴라 파업’에 ‘부분 직장폐쇄’로 맞대응한 것이다. 195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오죽했으면 회사가 이런 결단을 했을지 이해가 가고 남는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1인당 2600만원대 성과급이 적다며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에 준하는 성과급(4500만원 안팎)을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22차례 임단협 협상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냉연공장은 올해만 네 차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노조는 “2023년 연간 영업이익 7980억원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상위권이므로 여기에 걸맞은 성과급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성과급은 그룹 계열사 실적을 비교해 주는 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전년 대비 성과를 따져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 현대차는 3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현대제철은 급감하는 추세다.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2022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594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5.9%에서 0.7%로 추락했다. 국내 건설·기계 등 수요산업 침체와 중국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로 판매가가 급락한 탓이다.

올해는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발 관세 폭탄까지 겹친다. 미국은 지난 10일 자국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11.5% 감소할 것이란 분석(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이다. 회사는 생존을 위협받는데 노조는 말도 안 되는 성과급을 달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현대제철 노조의 막가파식 파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월에 시작하는 임금협상은 최근 들어 해를 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2022년 임금협상은 이듬해 1월 마감했고 2023년 협상도 지난해 4월에야 타결했다. 이 과정에서 파업은 연례행사가 됐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2년에는 특별성과급을 달라며 146일간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기도 했다. 올해는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장외 시위까지 벌였다.

어제 현대제철은 사장 명의로 낸 담화문에서 “회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끊임없는 파업으로 회사를 위협하는 노조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 것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단체교섭을 마무리하고 위기 극복에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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