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 역시 수도권이 절반 넘게 차지한다. 10년간 일자리 절반가량이 수도권에서 생겼다. 산업연구원이 2000년대 이후 국가 불평등도의 64%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지역 양극화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망국병’ 수준이 된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지역의 일자리 부족, 교육·의료·교통 등 공공 인프라 붕괴 등 복합적인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점점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역 실정을 일일이 파악해 필요한 정책을 신속히 시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 더 가까운 지자체가 주도해 성공을 거둔 ‘생활 행정’ 사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인천은 ‘인천형 출산 정책’을 추진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4216명)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기존 중앙정부의 출산·보육 지원에 2800만 원을 더해 1억 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을 한다. 제주 서귀포시의 공공 산후조리원, 광주의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 등 전국적으로 확산된 지자체의 저출산 정책도 있다.
경북은 영농법인을 중심으로 공동 영농을 하는 ‘주주형 이모작’ 모델을 도입했다. 마을 단위 ‘규모의 경제’로 소득을 2배 늘렸고, 청년 농부 일자리를 창출했다. 부산은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자 문화·의료·체육 등 주요 생활시설을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 닿을 수 있는 ‘15분 도시’를 만들고 있다.수도권 초집중 현상은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수도권 외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아 초래됐다. 중앙정부보다 지자체가 지역 현실을 잘 안다. 지자체가 직접 해법을 찾을 때 풍부한 대안이 탄생할 수 있다. 새 정부는 균형 발전과 자치 분권을 공약했던 만큼 지자체에 실질적 자치 권한을 부여해 지역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역에서 검증된 정책을 수용해 필요한 곳에 확산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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