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반야대’… 탄핵 반대 외치면서 대선주자들에 몰려가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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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겉으로는 “조기 대선은 금기어”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다음 달 탄핵 심판 선고 가능성이 커지자 ‘포스트 탄핵’의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차기 후보군들이 대놓고 공개 행보를 늘리고 있고 소속 의원들도 이들에게 몰려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초청해 연 노동개혁 토론회엔 당 전체 의원의 절반이 넘는 58명이 참석했다. 닷새 전만 해도 “대선 출마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던 김 장관은 이날 출마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주 연 개헌 토론회에도 당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 48명이 참석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계엄과 탄핵 정국을 다룬 책을 출간하며 활동 재개를 예고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언론에 “나는 늘 대선 후보”라고 공언했다. 안철수 의원은 “플랜B를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며 출마를 시사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해를 풀고 싶다”며 출마 채비에 나섰다.

여당 지도부가 연일 헌법재판소의 편파성을 문제 삼고 의원들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 집회에 대거 참석해 “탄핵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주 전만 해도 “탄핵이 확정된 것처럼 조기 대선 분위기 조장 말고 부화뇌동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헌재를 항의 방문했거나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의원들 상당수가 김 장관, 오 시장 토론회 참석자와 겹친다. 당내에서 “낮엔 조기 대선의 ‘조’ 자도 꺼내지 않다가 저녁에 모이면 대부분 조기 대선을 얘기한다”며 ‘주반야대’(낮엔 탄핵 반대, 밤엔 조기 대선)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탄핵 기각을 주장해도 현실적으로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의 어정쩡한 실상을 드러낸다.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윤 대통령의 국회 무력화, 정치인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는데도 이를 외면하다 자초한 딜레마다. 이러니 지지층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고 대선 주자들도 의미 있는 지지율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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