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를 나서 관저로 복귀하기까지 윤 대통령은 시종 득의만면 의기양양했다. 경호차에서 내려 구치소 정문 앞 150m가량을 걸으며 인사하고 손 흔드는 장면은 짧은 카퍼레이드를 연상시킬 정도였고, 당장 마이크만 있었더라면 일장 연설이라도 할 듯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석방 통보를 받은 직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구치소 앞 즉석연설을 하기를 원했으나 경호처가 난색을 보여 구술 메시지를 배포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더 큰 국가적 분열을 예고하는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혼란과 불안의 늪에 빠뜨리고 이후에도 온갖 궤변과 억지 주장으로 국론을 두 쪽으로 갈라놓은 윤 대통령이다. 아무리 52일 만의 석방에 감정이 격해지고 자신을 응원해 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 하더라도 전체 국민에 대한 미안함과 송구스러움을 앞설 수는 없다. 더욱이 끝까지 자기편만 바라보며 법원 난동자들까지 챙긴 석방 메시지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윤 대통령이 비록 구속 기간 산정을 둘러싼 법적 시비 끝에 풀려나긴 했으나 스스로 범한 위헌·위법 비상계엄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당장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통해 대통령직 파면 여부가 갈릴 것이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고인으로서 법원의 형사재판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승복과 통합의 메시지도 없이 정당성만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헌재와 법원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그것이 낳을 국가적 후유증은 작지 않을 것이다.이미 광장과 거리의 갈등은 위험 수위에 다다른 상황이다. 비록 직무가 정지됐다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언사만큼은 피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번 출소 장면을 보며 윤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적극적인 ‘관저 정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자중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정치사에 가장 정파적이고 분열적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추가할 작정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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