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부터 오늘까지 사흘간 제주에서 열린 ‘2025 한경 바이오인사이트포럼’은 그간 다져온 업계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다양한 신약 개발과 의료·건강 복합 서비스는 의료 패러다임 변화로 불릴 만하다. AI로 항체 신약 후보를 찾아내고,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인상 깊었다.
멀티오믹스 기반의 혈액암 규명과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차세대 ‘유도탄 항암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심혈관 치료제, AI를 이용해 환자와 병원을 최적 연결하는 ‘우버형 헬스케어 서비스’ 등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바이오헬스 6대 강국’ 달성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는 점 역시 확인됐다. ‘퍼스트 무버’(선도자)보다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따라잡기 위해 필수적인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 간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버형 헬스케어가 소개됐지만 비대면 진료 확대, 약 배송 플랫폼은 의료 단체와 정치권의 발목으로 진전이 없다. 바이오 벤처 육성을 위한 펀딩도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새 발의 피’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해선 의사과학자 양성이 밑거름이 돼야 하지만, 한국은 한 해 의사과학자 배출 비율이 2%도 채 안 돼 불모지나 다름없다. 의사과학자를 늘리려면 의대 증원이 필요한데, 의사들의 극렬 반대에 봉착한 답답한 상황이다. 의사들이 돈 되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 몰리는 상황에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은 언감생심이다. 세계 시장 규모가 반도체의 3배에 달하는 바이오산업은 AI와 더불어 미래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 기업과 의료계의 의지가 어우러지지 않는다면 이 거대한 시장 선점은 ‘연목구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