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 투입 강조한 경제부총리에게 구조개혁 조언한 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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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11 17:50 수정2025.08.11 17:50 지면A31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무디스 연례 협의단을 만나 ‘과감한 재정 투입’에 방점을 둔 새 정부 정책 구상을 설명했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성장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부채를 줄여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국제금융시장에 천명한 셈이다.

기재부는 무디스가 새 정부의 구상에 공감을 표했다고 면담 결과를 전했지만 아전인수격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재정을 마중물 삼아 성장하겠다는 구 부총리 설명에 무디스 측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중장기 재정 여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물었다. 과도한 재정 의존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정건전성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디스가 한국 재정 상황을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게 기재부의 전언이지만 과잉 해석은 금물이다. 미국조차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탓에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불과 석 달 전 일이다. 벌써 전방위 증세를 고려해야 할 만큼 국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재정 확대의 복합적 파장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필수다.

구 부총리는 무디스 측에 ‘초혁신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새 정부의 경제 비전도 상세히 설명했다. 나무랄 데 없는 목표지만 병행돼야 할 구조개혁 과제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석유화학산업이 강제 구조조정 국면으로 진입하는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주력 산업들이 한계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10년 후면 제조업이 거의 다 퇴출당할 것”(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구 부총리와 달리 무디스는 “우호적인 정치 환경으로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이 수월해졌다”며 구조개혁 문제를 언급했다. 여당이 국회 과반을 확보한 만큼 지지부진한 구조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국제금융전문가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구 부총리는 한 달 전 인사청문회 때 한국 경제가 복합적·구조적 위기라며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을 언급했지만 이후 별다른 구상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무디스가 전한 국제금융시장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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