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어제 “(여당이 제기한) 배우자 상속세 면제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우리도 동의할 테니 이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일괄 공제 5억 원+배우자 공제 최소 5억 원’인 상속세 공제 한도를 ‘일괄 공제 8억 원+배우자 공제 최소 10억 원’으로 확대하는 상속세제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배우자 사망 시 남은 배우자가 함께 살던 집 정도는 팔지 않고 계속 살게 해주자는 취지다. 이에 대응해 여당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로 맞불을 놓자, 이 대표가 여당 안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배우자 상속세 문제는 한국의 세제가 풀어야 하는 해묵은 숙제다. 상속세의 본래 취지는 부모, 자녀, 손자녀 등 다른 세대로 이전되는 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그런데 사망 배우자의 재산을 생존 배우자가 물려받는 건 같은 세대 내에서의 수평 이동이다. 배우자 사망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부모가 나중에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동일한 재산에 상속세가 이중으로 매겨져 ‘1세대 1회 과세’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게다가 배우자 상속세 과세는 부부가 이혼해 재산을 분할할 때 자산 증식에 대한 기여를 인정해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것과 논리가 상충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바로 이런 모순 때문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많은 선진국이 배우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 것이다.여야의 의견이 어렵게 일치된 만큼 불합리한 배우자 상속세는 전면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대기업 총수 등 고액 자산가의 수천억∼수조 원대 지분 상속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줄어드는 세수는 어떻게 채울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1950년에 제정돼 75년째 유지되고 있는 배우자 상속세는 시대가 바뀌어 수명을 다했다.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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