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2심도 전부 무죄, 檢은 상고 포기로 기업가 족쇄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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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03 17:40 수정2025.02.03 17:40 지면A3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회계 부정 항소심에서도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삼성·회계법인 관계자 등 14명에게 적용한 23개 혐의도 원심대로 전부 무죄가 나왔다. 재판 시작 4년5개월, 1심이 나온 지 1년 만의 결과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을 부당 합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단 하나도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6개월간 다른 사건을 일절 배당받지 않고 집중 심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새 증거 2000여 개를 제출하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1·2심 재판부는 한목소리로 위법이 없었고 주주 손해도 없었다고 봤다.

법원은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과 소액주주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합병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로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국민연금을 상대로 한 ‘찬성 설득’도 통상적인 기업설명회(IR)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승마 지원 사실이 인정된다고 해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해 찬성 의결을 유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삼바 회계처리도 적정하다고 결론 내렸다.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를 초기 ‘단독 지배’에서 추후 ‘공동 지배’로 회계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실질 왜곡이나 재량권 남용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자회사 콜옵션 관련 공시가 다소 미흡하지만 고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1·2심에서 혐의가 전부 무죄가 나오는 재판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검찰의 반성이 절실하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까지 요청했음에도 검찰은 자본시장 근간을 훼손한 중대범죄라며 기어이 기소를 감행했다.

1·2심 전부 무죄로 사실관계가 확정된 만큼 검찰은 상고 포기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최종심은 하급심 적용 법리의 적정성을 따지는 만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 이 회장은 그간 해외 출장에 제약을 받는 등 기업 활동에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검찰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기업가에게 씌운 족쇄를 풀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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