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가 다음달 26일 선고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26일 변론을 종결하면서 딱 한 달 뒤로 선고기일을 잡은 것이다. 재판부는 결심 공판에서 “새로운 의견이나 증거가 나올 사건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선고 날짜를 한 달 뒤로까지 늘려 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심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그간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 외에 다른 사건을 배당받지 않는 집중심리를 채택했고, 이 대표 측이 요구한 14명의 증인에 대해서도 3명만 인정했다. 그런데 정작 선고 시점에 와서는 한 달간이나 말미를 두고 있다. 항소심의 경우 1심 재판을 통해 이미 사실관계가 대부분 파악된 만큼 변론 종결 후 2주 정도 뒤에 판결을 내리는 것이 통상적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스케줄과 비교해도 이 대표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 일정은 석연치 않다. 지난 25일 변론이 종결된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 선고는 다음달 중순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통령 탄핵 결정도 변론 종결 후 보름 남짓 뒤 이뤄지는데, 그것보다 사안이 훨씬 단순한 이 대표 항소심 선고가 한 달 뒤로까지 밀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헌재 결정 이후 여론의 향배를 살피기 위한 시간을 벌어 두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그래서 나온다.
이 대표는 2심에서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 형량이 나오더라도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계속 밝히고 있다. 만약 3월 중순에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5월 중순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형사소송법상 그때까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법의식으로는 상식 이하다. 더욱이 민주당 일부 조직은 오늘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죄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재판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 대표가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형사재판 중단 여부를 놓고 나라가 둘로 쪼개지는 국론 분열은 불 보듯 뻔하다. 대법원이 책임감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