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대 신입생 수업 거부는 문제 해결도, 정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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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학기 개강이 시작된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40곳 중 10곳은 수강 신청을 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 신청 인원이 10명대에 불과한 의대도 6곳이었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마저 재학생들의 휴학에 동참하면서 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아간 의대 강의실은 한산했다. 의대생 복귀가 불확실해지자 개강을 미루는 의대가 늘어나는 등 올해 학사 운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국 의대 복학 신청자는 전체 휴학생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눈치를 보던 의대 신입생들도 수업 거부에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의대 신입생들은 정부 증원 정책의 수혜를 입어 전년보다 1497명이 증가한 약 4600명이 입학했다. 더욱이 의대 증원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다는 점을 이미 알고도 지원했다. 이제 와서 정부 정책을 이유로 휴학에 동참할 명분이 있나.

각 대학은 증원에 맞춰 강의실과 실습실을 확충하고, 교수를 채용하는 등 적잖은 투자를 해왔다. 현재 의대생 7500명을 한꺼번에 교육하기 위한 여건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입생들의 휴학은 그간 투자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의대 교육의 파행을 장기화할 뿐이다. 신입생이 유급, 제적과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선배들의 조직적인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부가 설치한 의대 학생 보호·신고센터에는 하루 수십 건씩 선배들이 휴학 동참을 압박한다는 신고가 접수된다고 한다. 최근 연세대 의대는 휴학계 제출 수요 조사를 실명으로 진행해 사실상 휴학을 압박하며 이탈자를 단속해 논란이 됐다.

의정 갈등이 2년째 이어지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더는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의대 정원을 원점(3058명)으로 되돌리고,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 의대생은 일단 복학해서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을 지켜보다 휴학을 선택하더라도 늦지 않다. 지금 무작정 휴학부터 하는 것은 의정 갈등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의롭다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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