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와 원광대 의대는 ‘평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낙제점을 받았다. 증원 규모가 가장 큰 충북대 의대는 정원이 49명에서 125명으로 늘어나 시설 확충과 교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광대 의대는 93명에서 150명이 됐는데 최근 증원과 무관한 일반 평가에서도 불인증 판정을 받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을 협력 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가 ‘울산 캠퍼스 이전 계획의 신뢰성 결여’로 탈락한 것은 충격적이다. 울산대 의대는 지방 의대로 인가받고도 교육을 대부분 서울에서 해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울산에서 가르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본 것이다.
주요 변화 평가는 증원된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6년간 진행된다. 의대 증원이 계속된다면 남은 5년간 평가에서는 인증 기준에 못 미치는 의대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증원되는 학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임상 실습용 시설 투자와 임상 교수 충원 부담도 추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올해부터 최소 6년간은 복학하는 예과 1년생까지 합쳐 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번 평가에서는 증원된 규모만 반영했는데도 탈락한 의대가 나왔다. 복학생들까지 감안해 교육 역량을 평가한다면 불인증 의대가 무더기로 나올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증원으로 의대 인증을 못 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 기준을 낮추려고 시도했지만 부실 교육을 받은 무자격 의사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넘지 못했다. 결국 이대로 가면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서남대 의대처럼 폐교되는 사례가 나오게 되고 그만큼 의사 배출도 줄게 돼 증원 효과도 사라진다. 처음부터 교육 여건을 감안해 증원했으면 될 일이다. 앞뒤 재보지도 않고 증원부터 해놓고 부실 교육이나 폐교를 걱정하고 있으니 이런 3류 행정이 또 어디 있겠나.-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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