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상증자 하려면 금감원 경영평가부터 받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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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27 17:50 수정2025.02.27 17:50 지면A35

금융감독원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심사해 유상증자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유상증자 허가제’ 도입으로, 재량권을 넘은 월권이자 전형적 관치행정이다.

금감원은 어제 16개 증권사와 간담회를 열고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심사 기준을 공개했다. 주식 가치 희석화와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 재무위험 과다 등에 해당하면 1주일 내로 집중 심사해 유상증자 승인 여부를 따지겠다고 한다.

우선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을 위한 유상증자는 심사 대상이 된다. 금감원이 기업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과 전략적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 없다. 무슨 수로 적정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경영권 분쟁 중 유상증자도 마찬가지다. 적대적 M&A로 회사가 통째로 넘어갈 위기 상황에 처해도 금감원 허락부터 받아야 한다. 최근 3년간 재무 실적과 재무구조 악화 여부를 보겠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힌다. 기술기업은 연구개발로 기존 자금을 소진하면 증자할 생각 말고 그냥 망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금감원은 반복적인 정정신고서 요구 등으로 이미 유상증자 문턱을 크게 높였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의 유상증자액은 약 2조원으로 전년 대비 61% 급감했다. 올 들어 유상증자에 나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태영건설 한 곳뿐이다.

유상증자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일정 부분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신규 자금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면 더 큰 이익을 주주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 당장 주가가 떨어지니 유상증자는 악이라는 식의 접근은 금물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위임받은 사건을 검사하고 감독하는 게 본연의 업무다. 그런데도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매도 재개, 은행 가계대출, 우리금융 회장 임기 등에 대한 월권적 발언을 이어와 논란이 됐다. 이번에는 금융시장 자율성과 기업 경영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과도한 유상증자 규제까지 들고나왔다. 금감원의 전횡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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