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유명 재수학원이 이달 말 경기 용인에 대형 재수 기숙학원을 열기로 해 화제다.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로 지목돼 정부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도 수능 만점자를 내 유명세를 탄 학원인데, 기숙사비와 급식비를 포함한 한 달 학원비가 최소 400만 원으로 일반 기숙학원(300만 원대 초중반)보다 비싸다. 교재비와 모의고사비까지 합치면 연간 60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재수학원 1년 다니는 비용이 의대 6년간 등록금과 맞먹는다.
이 학원은 평소에도 지방의 재수생들까지 올라와 학원 근처에 방을 잡아놓고 강의를 듣던 곳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재수학원들은 의대 선호 현상이 견인하는 ‘N수’ 열풍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24학년도 주요 8개 대학 정시모집 신입생의 67%가 N수생이었다. 의대의 경우 N수생 비중은 80%에 이른다. 올해는 의대 정원이 동결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N수생이 20만 명을 넘어 2001학년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에 가려면 ‘재수는 필수, 3수는 선택’이라는데 돈 없으면 재수시킬 엄두도 못 내는 세상이 됐다. 지난해 ‘SKY’ 신입생 중 서울 강남 3구 출신 비율이 13%였다. 다른 나라는 영재들이 공대로 몰려가 인공지능(AI) 혁신을 주도하지만 한국은 수능 만점자가 의대 안 가면 오히려 뉴스가 되는 나라다. 의사가 돼도 쉽게 ‘본전’ 뽑을 수 있는 미용 의료로만 몰리고 사람 생명을 살릴 의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나라에 미래가 있겠나.
등록금 비싸기로 유명한 의대 학비가 6년 해봐야 재수 1년 하는 정도라는 사실도 놀랍다. 정부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한다며 16년간 등록금 인상을 막아왔는데 가난한 학생들은 재수할 돈이 없어 원하는 대학에 못 가고, 투자 여력이 없는 대학 교육의 질은 떨어져 누구도 웃지 못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의대 가면 남는 장사가 되는 보상 체계, 이공계 전체 인력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의대 증원, N수 할수록 유리한 왜곡된 입시 제도까지 더해져 빚어낸 것이 ‘재수 1년 비용이면 의대 6년 등록금’이라는 웃지 못할 현실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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